◎정력적 선거운동… 인기 수직상승/시라크/잇단 스캔들 두달만에 쇠락의 길/발라뒤르/결선 진출 좌절땐 “좌파몰락”부담/조스팽 서방의 최장기 집권자인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의 14년 통치를 마감하는 프랑스대통령 선거가 4월23일(1차투표)과 5월7일(결선투표)실시된다. 새로운 프랑스의 지도자는 21세기 프랑스와 통합유럽을 이끌어 나갈 인물이다. 발라뒤르의 신화는 결국 깨지고 말 것인가. 3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자크 시라크파리시장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프랑스 좌파는 완전 몰락할 것인가. 대선을 한달 앞두고 프랑스는 온통 선거열기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바람은 시라크를 향해 점차 거세게 불고 있다.<편집자주>편집자주>
불과 두달전만 하더라도 프랑스 대선은 해보나 마나한 일방적인 게임으로 보였었다. 우파의 에두아르 발라뒤르(65)총리와 자크 시라크(62)파리시장, 좌파의 리오넬 조스팽(57)이 벌이는 3파전에서 이변이 없는 한 발라뒤르의 엘리제궁입성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누구나 믿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철옹성같던 그의 인기는 2주전부터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의 여론조사결과 발라뒤르는 3명중 가장 뒤처졌다.
발라뒤르의 몰락 이상으로 예기치 못한 현상은 시라크의 급부상이다. 금주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결과는 대체로 1차투표에서 시라크가 28∼30%, 조스팽이 19∼22%, 발라뒤르가 17∼18%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시라크는 결선에서 조스팽과 맞붙을 경우 60대 40정도로, 발라뒤르와는 65대 35정도로 승리할 것으로 조사됐다. 시라크와 발라뒤르의 지지도가 두달만에 거의 정확히 뒤바뀌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최근 「새로운 시라크」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대선의 단골낙방생이었던 불우한 그가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라크의 인기상승은 그의 효율적인 선거운동과 발라뒤르의 잇따른 스캔들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발라뒤르가 지난 1월중순까지 국민의 높은 인기를 즐기며 출마선언을 미루는 동안 작년 11월 출마를 선언했던 시라크는 매력적인 선거공약의 개발과 정력적인 선거 캠페인으로 차차 인기를 회복해 갔다. 그는 드골리즘을 승계한 골수우파의 이미지에서 좌파까지 포용하는 폭넓은 자세를 보이고 실제적인 사회경제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 속에 강력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상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반면 발라뒤르는 귀족적이고 유약한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고 선거과열을 우려, 선거운동에 의도적으로 초연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승기를 잃고 말았다. 그는 선거전이 불붙자 터져나온 여러 스캔들과 언론의 검증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지난 2월 교육개편안에 반대하는 학생시위에 굴복한 것이나 정치적 파문을 일으킨 경찰의 불법도청을 허락한 것은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상처를 입혔다.
판세가 시라크에게 완전 기울고 있다는 것은 발라뒤르를 지지했던 각료나 우파의원들이 이제 발라뒤르로부터 등을 돌리고 시라크를 찬양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출마를 포기한 지스카르 데스탱전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인 프랑스민주연합(UDF) 소속 의원 대다수도 시라크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93년 총선에서 지리멸렬했던 사회당은 조스팽후보가 결선에 올라가는 것이 최대목표다. 발라뒤르의 인기하락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부지리를 얻지 못하는 것은 프랑스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이 좌우파로 구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파후보간에 결선투표가 이뤄진다면 사회당은 미테랑의 퇴진과 함께 완전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파리=한기봉 특파원>파리=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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