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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식 「세계화」/송용회 사회2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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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식 「세계화」/송용회 사회2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5.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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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독일지사에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사건은 우리 세계화의 현주소가 과연 어디인가를 새삼 짚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현지 언론의 낯뜨거운 보도내용이 아니더라도 삼성의 이번 행위는 언필칭 「세계화」를 내세우고 「세계 초일류」를 운위하던 기업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툰 것이었다.

 삼성그룹의 완강한 무노조 경영방침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 많은 기업군을 거느리면서도 노조다운 노조하나도 허용치 않아온 삼성의 「능력」은 업계관계자들에게는 거의 경이의 대상이었다. 노동계는 삼성이 최대한 노조설립을 막되 여의치 않을 경우 노동자협의회라는 변형노조를 만들어 무노조방침을 관철시켰다고 비난해 왔다. 그룹산하 삼성중공업이 이같은 노동자협의회를 구성해 무분규를 자랑했다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노조설립을 막으려는 유령노조」로 지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같은 「무리」는 그나마 여러가지로 기업여건이 유리한 국내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기업풍토와 의식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도 그같은 무리수가 통할 것이라고 정말로 믿었다면 그 판단은 너무 어리석은 것이었다.또 그렇게 믿게한 현지 정보력은 수준이하로 볼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세계화」란 말이 차마 부끄러운 수준이다.

 현지언론과 산별노조에 의하면 삼성은 독일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매수까지 시도했으며 삼성본사의 모부사장은 『노조가 설립되면 지사를 폐쇄하거나 이전하겠다』는 공문까지 현지지사에 보냈다. 국제사회에서는 상식이하의 발상이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세계화를 앞장서 실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남달리 힘을 쏟아왔고 또 그때문에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여겨온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의 세계화 전략이란 것이 고작해야 우물안 개구리의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음을 이번 사건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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