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배제·후원회 등 당서 혼선” 불만/청와대/“대표에 전권뜻 불구 중진 소외” 섭섭/민자당 청와대와 민자당이 서로 옆길로 새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당이 김영삼대통령의 생각을 잘못 읽어 매번 혼선을 빚는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당은 당대로 청와대의 뜻을 제대로 파악키 어렵다며 날로 격하되는 당의 위상을 불평하고 있다.
또 김대통령은 당중진들이 제역할을 하지 않은채 주변만 빙빙 돌고 있다고 수차례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반면 중진들은 이춘구대표―김덕룡총장등의 핵심지도라인에서 배제된 느낌을 받으며 소외감을 씹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같은 양쪽 감각의 난기류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기초단체선거의 정당공천을 금지하려던 통합선거법 개정안 처리과정과 단체장후보에게 후원회를 허용하려던 방침의 번복이다. 전자의 경우 김대통령이 유럽순방에서 귀국한후 황락주국회의장등 중진들의 소극적 태도를 격한 표현으로 질타한 것에서 대통령의 심정을 엿보게 된다. 한마디로 대통령 자신은 국가경영적 결단에서 기초선거의 공천금지문제에 접근했는데도 상당수 중진의원들은 정략 또는 단순한 여야협상의 대상으로 여겨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둘째의 경우는 오히려 거꾸로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정치자금문제에 관한 한 결백증에 가까운 의지를 강조해 왔고 4대 지방선거를 위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규모가 너무 많다는 입장을 은연중 밝혀왔다. 따라서 단체장 후보에게 별도로 선거자금 모금을 허용한다는 것은 당초부터 김대통령 생각과 동떨어진 발상인데도 당이 왜 이를 추진했는지를 알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시도지부장회의에서 제기된 의견을 김총장이 수용한 것으로 드러난 후 청와대의 견제로 하루만에 백지화하는 촌극을 빚었지만 청와대가 당을 불신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시도지사 경선문제를 두고 당에서 특정후보 내정운운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몇가지 중요결정사항외에는 당에서 씩씩하게 일을 해보라는 것인데 왜 자꾸 엉뚱한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당의 입도 툭 튀어 나와 있다. 이대표에게 당무를 전권위임한다는 말만 있을 뿐 중진들의 리더십을 청와대가 거의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어떤 일을 책임지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권핵심부와 선이 닿아 있는 일부 고위당직자들이야 돌아가는 상황을 좀 알겠지만 나머지 중진들은 과거보다 오히려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당과 청와대의 고위인사가 당정의 불편한 기류를 얘기하다 언성을 높이며 격론을 벌였다는 후문은 요즘 양쪽의 불협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권관계자들은 이같은 갈등양상이 지자제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 가급적 말을 삼가고 있으나 내심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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