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과열조짐·불도사태등 대증요법 치중/기업체질·여건 개선 우선돼야 경제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해법이 안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불쑥불쑥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다. 정부도 묘책을 찾느라 머리를 짜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복잡하게 얽혀만 가고 있다.
정부의 현안대처능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웬만한 처방으론 「약발」이 먹히지 않을만큼 경제구조 난맥상이 극에 달한 것인지 찬찬히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연초만 해도 올해 경제행로에 대한 견해는 비관론보다 낙관론이 우세했었다.
인플레걱정는 있었지만 미조정만 잘하면 「저물가 적정성장」의 탄탄대로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었다. 하지만 석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청신호는 적신호로 바뀌었다.
물론 물가 수출같은 개별지표는 괜찮다. 하지만 종합경기는 「우려」보다 「과열」에 훨씬 가깝다. 수요에선 이미 과소비가, 별 탈없던 공급쪽에서도 인력난 원자재난등 애로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나마 지표뒤에 가려진 호경기의 실상은 더 뒤죽박죽이다. 호황의 과실은 소수(대기업)만의 것이고 영세중소기업, 굵직한 중견기업들은 부도바람에 속수무책이다. 「한계기업도태」 「구조조정대가」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큰 출혈이다. 툭하면 곤두박질치는 증시도 큰 부담이다. 여기에 난데없는 엔고, 뒤이은 원고로 경제의 중심잡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정부도 현안이 생기면 대책을 내놓는다. 금리가 뛰고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풀었고 중소기업도산엔 세제·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진정을 위해 재정집행도 미뤘고 대기업엔 투자자제를 호소했다.
정책순발력과 조율기능을 높이기 위해 예산·금융·세제등 주요정책수단을 한군데 모아 둔 재정경제원이 탄생했는데도 약효는 잠시뿐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제 정부가 경제를 끌고 가서는 안되고 또 그럴 수도 없다. 그저 각 경제주체들로 짜여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만 할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주자(예를 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력이 고르지 못하고 ▲이해관계도 다르며 ▲게임룰도 공정하지 못하고 ▲무대골조(국민경제기반)도 허약하다. 더 큰 문제는 지휘자(정부)가 연주팀의 고른 실력향상과 장기비전보다는 하루하루 불협화음 막기에만 집착,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목표는 「안정」, 수단은 통화·재정긴축이었다. 그러나 금리폭등·주가폭락에 돈을 풀고 중소기업 연쇄도산에도 돈으로 대응했다. 엔고상쇄를 위해 원화절상을 수용하다가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치자 또 다시 주춤해졌다. 정책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경기예측능력은 있는 것인지, 안정·구조개선의 「발언효과」외에 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때그때 불거지면 누르고 보는 「두더지잡기」식 대응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책목표를 고지식하게 밀고 갈 필요는 없지만 약효가 금세 떨어지는 자금지원보다는 중소기업의 토양배양과 왜곡된 자금흐름 개선, 또 환율로 버티겠다는 수출업체들의 체질개혁유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내에서도 현안대응에 대한 반성의 소리가 높다. 오는 27일 경제장관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것도 이제 복잡한 경제현안과 대응방식을 통치권차원에서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정부는 풀이하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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