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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싱가포르/비가정부 교수형집행후 단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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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싱가포르/비가정부 교수형집행후 단교 위기

입력
199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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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테면 해보자”갈등 심화/감정격앙 비국민 성항기 방화/내달예정 오총리 방비 무기연기 싱가포르 당국의 필리핀인 가정부 사형집행사건을 둘러싼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 급기야 외교분쟁으로 악화되고 있다. 두 나라는 22일 각기 상대국 주재대사를 소환,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 피델 라모스 필리핀대통령은 형집행의 부당성이 입증되면 싱가포르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다음달로 예정된 고촉통(오작동)싱가포르 총리의 마닐라방문도 무기연기됐다.

 사태악화는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17일 필리핀 정부와 국제기구의 탄원을 아랑곳하지 않고 필리핀인 가정부를 살인죄로 교수형에 처하면서 촉발됐다. 싱가포르에서 가정부로 일해왔던 플로어 콘뎀플라시온(42)은 4자녀의 어머니. 그녀는 지난 91년 싱가포르인 주인집의 4살난 후왕군과 동료 가정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그녀의 자백이 전기고문에 의한 것이었다며 주인집 소년은 욕조부근서 놀다가 빠져죽었고 화가 난 주인이 가정부를 죽인 후 범행을 콘뎀플라시온에게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또 뒤늦게 후왕군이 간질병을 앓아왔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필리핀 당국은 재심요구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싱가포르는 형을 집행해버렸다.

 이에 필리핀 국민들의 감정은 폭발했다. 싱가포르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싱가포르국기 방화사건이 터졌다. 언론들은 그녀를 순교자로 치켜세웠다. 필리핀인들은 그녀가 살인자라는 법원의 판결에 회의적이었다.

 싱가포르의 법집행은 냉혹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미국 청소년 마이클 페이가 미행정부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뼈가 드러나고 피가 솟구치는 태형을 받았고, 네덜란드 마약사범은 사형이 집행됐다.

 이번 사형집행에 대해서는 같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회원국들도 너무 성급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국의 네이션지는 『싱가포르 당국은 필리핀인들의 호소에 아량을 보여야 했다』고 꼬집었다.

 싱가포르에는 현재 7만5천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취업해 있고 이들의 국내송금액은 연1억달러가 넘는다. 

 싱가포르는 또 필리핀에 대한 투자규모로 볼때 아세안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큰 투자국이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번 분쟁이 외교관계의 파국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기간 냉각상태를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조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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