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재정경제원으로 통한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돼 재경원으로 출범한지 3개월가량이 지난후 경제부처에서 나도는 말이다. 경제에 관한한 재경원을 거치지 않고는 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예산·세제·금융이라는 경제 3권을 쥐고 우리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있으니 당연한 표현이다. 재경원 간부회의를 두고 「소내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경제정책이 이 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통과되면 그대로 시행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묻혀버린다. 그래서 의사결정과 정책집행이 빠르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같은 말들이 속에 품고 있는 의미는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대조직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도기인 점을 감안 하더라도 통합에 따른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효율성이 강조된 나머지 주요 경제정책들이 충분한 조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집행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실명제 한국은행법 공모주청약예금 임대주택등 그동안 재경원이 한 주요한 일들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나 조정을 거쳤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내부에서 조차 졸속 또는 독주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재경원도 이같은 사실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 같다. 각 경제부처와의 협의사항을 관련부서뿐 아니라 경제정책국에 반드시 알리고 경제정책국이 적극적인 조정기능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홍재형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이 간부회의에서 경제정책국에 먼저 보고토록 한 것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말뿐이 아니겠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경원을 두고 「공룡」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막강한 힘을 가진 조직에 대한 시기나 질투만은 아니라는 점을 재경원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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