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국들 양해안받은 「실수」부담/선·후진국교량역 성공수행 과제 김철수 국제통상대사가 어렵사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직을 확보했으나 이 과정에서 우리 외교에 어떤 득실의 파장이 있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세계경제 흐름의 본류에 합류하려는 노력은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무차장직 확보 과정에서 파생된 휴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외의 부담을 안게됐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김대사를 지지해준 일본 호주 아세안(ASEAN)등 아시아 제국들과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지역의 일부국가들에 대해 우리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김대사를 지지했던 국가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우선 우리가 정정당당한 협상을 했다는 설명에도 불구, 지지국가를 배경에 내세워 「뒷거래」를 시도했다는 대목이다. 3석으로 돼있는 사무차장직을 하나 더 늘리면서까지 김대사를 사무차장에 추대한 것은 막후교섭에 의한 우리 외교의 성과인 측면도 있으나 또 다른 측면에선 외교적 무리를 감행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 및 유럽연합(EU)측과 합의를 이루기전에 이들 지지국가들과 사전협의를 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는 비판은 우리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즉 관련국들에 사전통지를 하기도 전에 합의사실이 보도됨으로써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배려를 하지 못한 보도태도에도 문제가 있으나 우리 외교진영의 방심이 화를 자초했다는 점은 사무차장직 확보의 의미를 퇴색케하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아시아지역의 단일후보였던 김대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호주, 일본등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와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WTO 사무차장직 확보라는 단기적 성과가 우리 외교 전반에 미칠 파장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유엔 안보리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비상한 외교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서도 국제지지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정부로서도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외교적 이해득실을 면밀히 검토했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 대가는 적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 루지에로후보를 WTO 초대 사무총장에 앉히려는 EU 및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김대사가 나름의 입지를 확보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위상과 비중이 어느정도인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WTO체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선진국과 개도국간 교량역할을 수행한다는 명분이 있고 김대사 개인으로 봐서도 한국인으로서 국제기구 최고위직에 진출한다는 영예도 있다.
결국 우리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가들에 대한 확실한 보답은 김대사가 WTO 사무차장직을 수행하면서 이같은 목표들을 현실화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인 무역·통상분야에서 활약해온 김대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국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WTO가 제시하는 모든 목표가 꼭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고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나라들을 대변해 줄 창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 창구 노릇을 김대사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가적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같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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