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이 바라다 보이는 서울 서초구 방배1동에는 「우렁깍지」란 재미있는 이름의 조그만 가게가 있다. 집주인 안상문(58)씨 부부는 독특한 가정교육법으로 유명하다. 18년전 이곳에 자리잡은 안씨 부부는 우렁쉥이가 새끼에 의해 모든 살을 파먹히고 껍질만 남겨지듯 아들 형제를 바르게 가르치고 곧게 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가게이름도 우렁깍지로 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부는 우렁속처럼 좁은 방 두개가 딸린 10여평짜리 전세점포에서 건국대법대 재학중 입대한 도솔(23)군과 올해 고려대 국문과에 입학한 다솔(19)군 형제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특히 다솔군은 「만남의 반지름」「바보가족」등 시집과 산문집을 4권이나 낸 문학청년으로 장래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안씨의 집은 비록 궁핍하지만 사랑과 정과 꿈이 넘쳐난다.
안씨는 가정교육의 모든 공을 국교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부인 김석순(54)씨에게 돌린다. 김씨는 형제가 돈을 모르고 성장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번 돈을 방안의 아무곳에나 두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솔군은 『어머니의 기분이 좋은 날 돈을 세어보면 다른 날보다 많았다』며 『돈과 이익을 모르게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한다. 이 집은 지금도 서기를 쓰지않고 단기를 고집한다. 국교1학년때 학교에서 단기연호를 배운 뒤 나라를 사랑하려면 단기를 써야 한다는 다솔이의 기특한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책으로 둘러쌓인 좁은 방 한가운데는 네식구가 같이 만든 가훈 「6계명」이 걸려 있다. 가훈은 제1조 「세금을 당연히 내야 아래 위 눈치 안보고 떳떳하게 살 수 있다」에서 시작해서「땀흘리지 않은 열매는 절대로 거두지 않는다」 「이자놀이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하지 않는다」 「잔인한 꽃꽂이와 분재로 자연을 괴롭히지 말고 사랑하며 더불어 살자」「고자질 하는 소인배가 되지 말자」등으로 이어진다. 우렁깍지는 청소년을 위해 담배를 팔지않고 술과 조미료등은 찾는 사람에게만 내준다.
없는 살림에 부모가 옷뿐만 아니라 신발 양말 등 모든 것을 제칫수보다 크게 사입혀 아이들은 학교에서 「원시인」이란 별명으로 놀림을 당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다솔네와 같은 「우렁깍지」 가정이 많아져야 패륜범죄가 고개숙이게 된다.<사회2부장>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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