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법부 「역할분담 」추진/시일촉박 “적당한 타협” 우려 대법원과 세계화추진위원회는 22일 첫 실무회의를 갖고 사법개혁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 일정에 합의, 사법개혁을 위한 정부와 사법부의 공동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4월 4일까지 각기 독자적 개혁안을 마련, 협의를 거쳐 12일까지 공동개혁안을 만들고 17일께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4월말 최종개혁안을 확정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 최종 개혁안에는 당초 합의한대로 법학교육 및 사법시험제도 개선, 법조인력 운용방안, 법조직력 확대및 전문화방안등 사법제도 전반에 관한 개혁방안을 담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 자체는 18일 양측이 개혁주체 논쟁을 일단 마무리짓고 「공동추진」에 합의한 것에서 크게 진전된 것은 아니다. 개혁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 일정에 합의한 것이 눈에 띄지만 정작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던 구체적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대법원 관계자도 『이날 회의는 상견례 성격이며, 개혁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양측이 불과 한달여 남은 4월말까지 공동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자신있게 공표한 것은 이미 개혁방향에 대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18일 양측이 합의의 전제로 제시한 「역할분담론」에서도 확인된다.
법조계에 의하면 대법원은 정부가 추진중인 로스쿨및 변호사시험제도 도입방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협의과정에서 사법연수원 존폐문제, 로스쿨의 구체적 형태 및 설치기준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도 『로스쿨이 옳으냐 그르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로스쿨의 구체적 내용과 형식으로 조건만 갖춰진다면 대법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대법원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이같은 추측을 부인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개혁독주에 대해 크게 반발했던 대법원 스스로가 「밀실협상」을 통한 타협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우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법원과 세계화추진위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개혁추진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벌써부터 이들이 내놓을 공동개혁안이 당초 대원칙으로 제시된 「법률서비스의 개선」에 충실하기보다는 양측의 적당한 타협의 산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양측은 4월 4일까지 마련될 각자의 개혁안을 공표하지 않고 협의과정 역시 비공개로 진행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각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아니라 4월 17일께로 예정된 공청회도 한낱 요식절차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최종개혁안 마련까지의 일정만 제시됐을 뿐 이 개혁안을 실현할 구체적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서있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와 사법부가 어렵게 합의한 「개혁작업 공동추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먼저 협의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향후 모든 절차에 대한 보다 철저한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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