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4대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30여년만에 전면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선거자체 및 결과가 권력구도는 물론 차기 대권의 향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바람직한 인물상에서부터 자치단체장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지자제의 허실을 진단해 본다.◇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치행정학
▲전서울대 행정대학원장
◇김안제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역경제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쟁점/정치역량이냐 행정경험이냐
정국이 본격적인 지자제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야는 「인물찾기」작업에 부심하고 있다. 선거승패는 결국 어떤 「상품」으로 유권자에게 호소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지자제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것도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취지가 갈수록 부각되면서 선거를 여야의 파워게임으로만 보는 시각은 크게 퇴색되고 있다. 정치인, 행정가(또는 관료), 기업인중 어떤 인물군이 바람직한 후보상이냐는 논점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에대한 견해는 각각의 입장에 따라 확연히 엇갈린다. 중앙권력과의 조율및 분쟁조정능력을 중시하는 의견은 정치적 역량을 선호하는 반면 지자제를 경영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은 기업경영과 행정경험을 단체장의 우선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야는 이미 내부적으로 유력인물과 영입대상 인사에 대한 대체적인 검토를 마치고 예상되는 상대당 후보와 비교한 「경쟁력」을 면밀히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서울등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지역의 경우 차기 권력구도와의 상관관계등을 고려하며 섣불리 낙점카드를 드러내지 않겠다는 눈치이다.
하지만 후보상으로 특정 자질만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정치 행정 경영의 종합적인 능력을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게 여야지도부의 생각이며 전체적으로 볼때 기초단체장은 행정경험위주로, 광역단체장은 정치역량 중심으로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정치가론/“갈등해소와 전체의 조화/그역할은 이미 정치인이다”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의 역할배경 내지는 리더로서의 스타일이 관심을 모은다. 정치가여야 되느냐, 아니면 행정가여야 하느냐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은 이미 정치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왜 선출직이 정치인이냐 하면 선거라는 정치적 충원과정을 거쳐서 사람을 뽑는 자리요, 직위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크건 작건 정치이며 그 과정을 거치는 사람은 정치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우습게도 지난 여야협상에서 기초의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문제를 놓고 의원은 안해도 장은 정당공천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적어도 시·군·구의 장이 행정가여야 한다는 주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당공천을 받은 입후보자를 정치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정치인이되 정치가적 역할을 접어두고 지역살림을 맡아 잘 경영해야 할 1차적 임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출신성분은 그렇다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역할의 성격에 따라 유형이 결정될 터인데 그것은 우선 단체장이 관리하는 자치제의 규모와 수준에 따라 달리 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작은 도시나 단순한 업무만 관장하면 되는 수준에서는 그 장의 리더십유형을 굳이 정치가라고까지 할 이유는 없을 듯싶다. 오히려 차분히 관리하는 행정가라고 인정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이 크고 하는 일도 복잡하여 이질적인 요소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이 보다 기대되는 단체장은 이미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자치단체의 장은 집행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1차적으로 기대된다. 주택, 상하수도, 쓰레기, 교통, 산업, 환경등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장에게 우리의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는 정치가적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하면 좀 지나치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위해 단체장이 해야 할 일은 먼저 지방의원들을 설득시키는 일이다. 지역정책을 펴기 위한 예산 조례 그리고 기채등을 승인해 달라고 해야 한다. 기관장은 또한 의회에 출석해 모든 질문에 답하고 감사도 받아야 한다. 의회만이 아니라 지역언론을 설득시키고 종국엔 주민을 설득시켜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은 행정의 연장 같은 모습을 띠지만 본질은 정치이다.
더욱이 21세기를 바라보는 오늘의 현대사회는 국가를 중앙과 지방으로 양분하지 않고 「지구지방화」라는 용어를 쓸 정도로 중앙정부와 상관없이 세계와 바로 연결되는 구도를 설정한다. 다시 말해서 지방정부보다 지역국가라는 개념에 익숙하며 하나의 어엿한 독립단위로 지역을 인식하기 때문에 그것이 이미 작지만 국가인 것이다. 국가에 행정만 존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오늘의 논점은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중앙정치가 저지른 폐해를 지방정부로 연장시켜 모처럼 시작하는 지방자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지방정부의 정치성을 배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와관련지어 가질 수 있는 의구심은 지자체의 장이 등장함으로써 만만찮은 정치적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중앙정치인들은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의 역할을 행정에 묶어 왜소화시키려는 정치적 저의가 있을 수도 있다.
끝으로 요즈음 행정의 효율성 하나만 생각하고「기업가적 정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 단체장은 경영을 중시하는 관리인이어야 한다는 명제가 뇌리에 박혀 정치적인 리더십을 배제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공부분의 성격과 논리, 가치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단견이며, 서양식 사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라를 구성하는 의미의 폴리테이아(정치)는 그 규모가 마을이건 도시건 상관없이 모두 타당하다. 선의 이데아와 정의를 실천하는 힘은 행정에 있지 않고 정치에 있다.
◎행정가론/“주민위주 생활자치 실현/정치가보다 행정인이 적격”
기관분립형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에 있어 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행정의 올바른 운영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착근시키고 주민복지를 증진시키며 지역발전을 촉진해야 할 무거운 책무를 갖고 있다.
이러한 책무를 올바로 수행토록 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된 일정한 지위와 권한이 부여되어 있으며 이는 곧 그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기도 하다. 자치단체의 대표이자 지방자치기능의 집행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조직과 인사, 행정과 관리, 재정과 예산에 대한 편성과 집행을 행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의 확대와 내외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치행정의 수요는 증대하고 국제화·세계화에 부응하기 위한 경쟁력제고의 필요성은 커지게 되며 개발및 투자의 광역적 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또한 주민의 기대수준이 향상되고 과학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증가하며 지역경제의 진흥을 위한 욕구가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재정수요는 급격히 증가하여 재원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새로운 재원확충을 위한 노력을 크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자치단체장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행정수요를 충족시키고 필요한 투자재원을 마련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치행정의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와 자치단체, 자치단체 상호간, 의회와 집행부, 주민과 지방정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올바로 조정하고 협상하는 역할도 올바로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고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사람이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요구되는 자격과 능력으로는 먼저 충분한 지도력과 높은 행정력을 들 수 있다. 자치단체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지방주민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켜 나가는 지도력과 행정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며 이는 민주형(민주형)의 지도력에 근거해야 한다. 다음은 자치행정에 필요한 지식및 정보와 건전한 판단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다.
또한 내외의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남보다 앞서 변화를 선도해 가는 능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은 정직하고 청렴하며 성실한 생활자세를 통해 주민으로부터 높은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하고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여 헌신·봉사하는 희생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 요건을 모두 겸비한 사람이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됨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실제 이렇게 이상적인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들 요건에 가장 가까운 후보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속성을 정치성과 행정성 및 경영성으로 나누어 볼 때 정치성보다는 행정및 경영성에 보다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주민생활과 직결된 자치행정이기 때문에 참다운 주민위주의 생활자치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보다는 행정과 경영에 보다 큰 장점을 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에게 요구되는 배경은 정치가로서의 경력보다는 행정인 내지 경영인으로서의 경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지방자치는 지방행정과 지방재정 및 지역개발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을 운영함에는 상당한 정도의 전문적 지식과 실제적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과 경험성은 단기간에 축적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자치단체장은 조직과 인력 및 사무를 올바로 다루는 관리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조직운영의 책임을 맡은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울러 공익우선의 이념이 철저하고 이에 근거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정치가 보다는 행정과 경영의 경륜을 가진 사람이 자치단체의 장으로 진출함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며 행정·재정·정치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은 초기단계에 있어서는 그 당위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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