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년대 뉴욕지하철등서… 피해 예측목적/“인체무해 세균 살포” 불구 “질병유발” 반론도 미중앙정보국(CIA)과 미육군은 최근 도쿄 지하철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독가스 테러사건의 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지난 66년 뉴욕 지하철에서 극비리에 세균 살포실험을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승객이나 행인을 가장한 정보요원들은 「바실루스 섭틸리스」라는 박테리아를 소형 전구에 집어넣은 뒤 이를 뉴욕지하철 철로바닥에 내던져 터뜨리거나 환풍기를 통해 지하철역 구내로 투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후 열차바퀴나 승객의 몸을 통해 퍼져가는 세균들의 움직임을 특수장비로 추적, 오염반경이나 인명피해 상황을 추정해 냈다.
이같은 사실은 뉴욕 뉴스데이신문의 리처드 시스크기자가 최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측으로부터 입수한 세균살포 실험에 관한 77년도 상원청문회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 청문회 기록에 의하면 CIA는 테러범이나 공산주의자들이 뉴욕 지하철과 같이 일반인의 통행이 빈번한 장소에 독가스를 투하할 경우 발생할 피해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육군과 합동으로 이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극비실험은 지난 40년대말부터 60년대말까지 20여년동안 미국 전역에서 실시됐는데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고속도로등 일반인의 통행이 빈번한 2백여개 지역이 주요 대상이 됐다.
뉴욕지하철의 세균살포 실험에 참여했던 한 요원은 『지하철 승객들은 이같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환풍기를 통해 세균이 떨어지자 옷을 훌훌 털면서 천장을 한번 쳐다본뒤 그냥 지나쳤다』고 증언했다.
「월간 워싱턴」지가 지난 85년 6월 입수 보도한 CIA문서에 의하면 CIA는 워싱턴의 내셔널공항에서도 뉴욕 지하철에 실시된 것과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다. 요원들은 내셔널공항 북쪽 터미널 입구에 수백만마리의 세균을 퍼뜨린 뒤 이에 노출된 승객들을 미행하며 세균의 이동경로를 파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IA와 육군관계자들은 당시 실험에 사용된 세균이 인체에 무해했다고 증언했으나 일부 의학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일례로 지난 77년 청문회 당시 상원에 제출된 역학보고서는 『지난 50년대 (세균)실험이 실시된 일부 지역에서 폐렴과 독감환자가 3배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육군이 지난 50년 「세라티아 마르세스센스」라는 미생물 살포실험을 실시한 샌프란시스코시에서는 실험이 끝난지 5개월안에 11명의 환자가 이 세균과 관련된 질병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실험에 사용된 박테리아는 소량에 노출됐을 때는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으나 신체 허약자나 노약자, 또는 어린이에게 집중투하되는 경우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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