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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을 발가벗겼다/전WP지기자 로널드 케슬러「백악관의 내면」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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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을 발가벗겼다/전WP지기자 로널드 케슬러「백악관의 내면」펴내

입력
199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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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예산외 타기관서 7,500여억원 지원/클린턴부부 여자문제로 잦은 싸움·비명/존슨,성추문 들통나자 집무실에 비상벨 권력을 쥔 자가 기거하는 장소는 권력 그 자체를 상징하는 말로 흔히 대체됐고 권력이 높을수록 담장이 높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상식으로 통한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가장 지위 높은 공복」이 살고 있는 곳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백악관 역시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대통령이 기거하고 집무하는 곳답게 그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운영방식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FBI」 「CIA의 실체」 「스파이대 스파이」등 미국 비밀정부조직을 다룬 책들을 출간해온 월스트리트 저널·워싱턴 포스트지의 전직기자 로널드 케슬러씨가 이번에는 「백악관의 내면」이라는 책을 펴내 백악관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퍼스트 패밀리」의 사생활에서부터 백악관운영에 이르기까지 권력핵심부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일반인들이 안다면 아마 비명을 지를 것』이라는 한 대통령 경호원의 말로 정리될 수 있다. 주요내용을 요약한다.

 백악관은 운영방식과 예산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다. 우선 백악관의 주인인 대통령은 「하는 일에 비쳐볼 때 적당한 수준」인 20만달러의 연봉과 5만달러의 판공비를 받는다. 여기에 일종의 주택유지비 개념으로 9백70만달러가 예산에서 지급된다. 이와 별개로 백악관내 집무실 유지비로 3천8백90만달러가 지급되고 또 백악관관리실용으로 2천4백80만달러가 나간다.

 그러나 백악관을 운영하는데는 이 돈들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대통령 경호원은 재무부산하 비밀검찰국소속이고 자동차와 운전사는 육군에서 지원해준다. 통신시설은 국방부에서 운영하며 비행기는 공군, 헬리콥터는 해병대에서 대준다. 여름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해군에서 관리한다. 세계적인 관광지이기도 한 백악관의 정원은 국립공원관리위원회에서 다듬어 주고 백악관건물에 대한 난방등 관리는 조달청에서 해준다.

 92년 의회자료에 의하면 백악관은 기본예산외에 9억7천8백50만달러(한화 약 7천5백70억원)를 타기관에서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다른 부서에서 파견된 사람의 인건비는 여기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주인」은 돈한푼 안들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자문제 때문에 클린턴대통령부부 사이에 비명이 오가고 집기가 휙휙 날아다니는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이미 어느정도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이 밝히는 전 백악관 주인들의 행태는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린든 존슨은 비서와 집무실 소파에서 관계를 갖다 부인 클로디아 존슨에게 들켜 곤욕을 치른뒤 부인이 집무실로 다가오면 경호원들이 신호를 하도록 비상벨을 설치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비서들과 사랑을 나누는 동안 부인 일레나 루스벨트는 백악관내에서 화끈한 레즈비언관계를 지속, 안팎으로 바람을 피웠다.

 두명의 비서를 포함, 수십명의 여성들과 관계를 맺었던 존 F 케네디는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사무실 위층에서 마릴린 먼로와 즐겨 밀회를 나눴고 이를 뻔히 아는 로버트 케네디도 나중에 그녀와 관계를 갖는등 백악관을 둘러싼 성추문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엄숙한 국민과의 약속이나 법집행이 권력자 대통령 자신에게는 예외가 되곤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취임시 재정적자해소를 다짐했지만 백악관 식구 숫자는  취임후 일곱달만에 10%가 늘어난 5백59명이 됐다. 케네디는 쿠바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전용기인 「공군1호기」 승무원을 시켜 쿠바 아바나산 시가를 구해다 몰래 피웠다. 그는 직접 담배를 구해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시가없이 산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야. 당신도 그거 알지』라는 식으로 「암시요법」을 즐겨 썼다.

 저자 케슬러씨는 책말미에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다 나은 대통령 선출방식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더도 덜도 아닌 일반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국가는 훌륭한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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