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린」외 겨자탄도 함께 사용 ○…일본 열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사건으로 일본 국민들은 안정 안심 안전등 그동안 일본사회가 자랑해온 「3안 신화」가 무너졌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지난 1월 5천4백여명의 희생자를 낸 간사이(관서) 대지진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지하철 독가스 사건에 접한뒤 「다음 사고는 어디에서…」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도쿄 중심가에서 일하는 카미야마 치에(62)씨는 『이번 사건은 특정집단이 불특정다수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저질렀다는 점에서 1월 지진보다 더욱 충격적』이라며 『언제부터 일본이 공포의 나라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일본 방위청 소식통은 범인들이 맹독성 사린가스뿐 아니라 1차세계대전과 이란·이라크전에서 사용된 바 있는 화학무기인 겨자탄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사고가 발생한 16개 역중 1곳에서 수거된 독성 액체는 진한 갈색을 띠고 있어 무색인 사린가스와는 달랐다고 전했다.
○…일본의 종말론 교파인 아옴 진리교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은 종교집단을 억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세력이 꾸민 일종의 역 테러행위』라며 자신들이 배후라는 소문을 강력 부인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피해지역이 대표적인 관청가라는 점에서 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감과 소외감을 갖고 있는 일본내 소수 집단인 부라쿠(부락)민들에 의해 저질러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논픽션 작가인 요시오카 시노부(길강인)씨는 『이번 사건은 익명이 높은 일본적인 범죄』라고 규정한 뒤 『일본을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회라고 말하지만 사건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91년 영국 추리소설 작가 고든 토머스가 지은 「죽음의 향기」의 내용과 비슷해 범인들이 이를 모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는데 테러리스트들이 사린가스를 입수, 대도시 지하철에 대한 테러에 앞서 작은 마을을 대상으로 시험테러를 저지른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뉴욕시 경찰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 비상경계에 돌입한 가운데 21일 상오 5시25분께(한국시간)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아테네발 올림픽 항공 411기 기내에 신경계 가스가 실려 있다는 제보전화가 걸려와 비상이 걸리는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공항관리사무소측에 의하면 이 여객기가 도착하기 수분전 익명의 제보가 들어와 미연방수사국(FBI)에 신고, FBI요원들이 착륙후 여객기를 외딴 곳으로 옮겨 기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문제의 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도쿄=이창민 특파원>
◎사린가스 제조·운반·치료법/제조/대학실험실 정도서 얼마든지 가능/운반/앰플로 반출·용제섞어 시한폭탄화/치료/0.5㎎으로 치명상… 피하는게 상책
일본 도쿄(동경)지하철 독가스 테러사건의 의문중 하나는 범인들이 사린가스를 어떻게 제조, 운반했는가이다. 순수 사린은 0·5㎎만으로도 생명을 앗을 수 있는 치명성을 지녀 제조·운반자조차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
사린의 제조는 비교적 손쉽다. 흔히 화학무기를 「빈국의 원자탄」이라 부르듯 적은 비용에 유기합성화학을 연구하는 대학의 실험시설 정도면 제조가 가능하다. 가장 간단한 제조법은 염소계인화합물에 불소화합물과 알코올을 반응시키는 것으로 이번에 사용된 사린도 이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에도 제조자 자신이 우선적인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환기시설과 정돈된 실험설비가 필요하다.
▷운반◁
제조는 쉬워도 사린을 운반하기는 극히 어렵다. 고도의 장비를 갖추지 않고 사린을 다루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전문가들이 이번에 사린과 함께 추출된 용제 아세토니트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린은 상온에서 극히 휘발성이 강한데 휘발성이 극히 낮은 용제와 섞으면 「살인기능」을 할 수 없다. 자체가 독극물인 아세토니트릴을 혼합하면 비교적 운반이 간편해진다. 드라이아이스로 냉각, 운반하는 방법도 있다. 드라이아이스가 승화해 온도가 오르면 사린이 기화를 시작해 범인이 도피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시한폭탄」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사린을 앰플에 넣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반출이 용이해 가장 두려운 수법이다.
▷치료◁
사린은 체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과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어 근육을 수축시키고 산소부족을 유발한다. 동공축소와 눈·목의 통증, 기도폐색, 호흡부전, 구토, 심장마비등을 단시간내에 초래해 질식사한다.
일단 중독된 경우 황산아트로핀등 근육이완제로 응급처치를 하고 코린에스테라제의 기능을 강화하는「팜」이라는 정제약을 사용할 수 있으나 모두 치료제는 아니다. 오염지역으로부터 멀리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다. 중독증은 심장·간기능 장애를 가져오는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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