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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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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은 오직 공정한 자세로 국익을 위해 일할 따름이다』― 19세기말 명사회로 유명했던 빌 영국하원의장의 말이다. 영국의회에서 의장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그가 입장하면 모든 의원들은 일어나서 착석때까지 기다린다. 여야간의 격론으로 의사당이 소란해질 때 의장이 「질서(ORDER)!」라고 두번 외치면 순간 조용해진다. ◆그는 비록 당적은 갖고 있지만 중립을 견지하기 위해 의사당내 클럽, 영화관, 휴게실에도 가지 않는다. 1945년 종전직후 총선거로 근70%의 의원이 새 얼굴로 바뀌자 의장은 공관안에서 앨범을 놓고 망원경으로 오가는 의원들의 얼굴을 익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노동당소속인 현 부스로이드의장은 무용수출신으로 22년의원관록의 65세 독신녀. 1376년 하원개설이래 6백여년만에 첫 여성의장으로 92년4월 사회봉을 잡았을 때 말이 많았으나 5년간 능숙한 회의운영으로 높이 평가받고있다. ◆선진국의 국회의장들은 한결같이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트 깅리치 미하원의장은 공화당의 수뇌로 대클린턴행정부비판의 선봉장이지만 불공정한 사회를 했다는 얘기는 털끝만큼도 없다. 관례대로 사회당을 탈당한 일본 중의원의 도이(토정)여성의장도 공정사회로 명성을 얻고 있다. ◆기초지방선거의 공천배제논쟁과 관련, 공관점거까지 당했던 황락주 국회의장이 요즘 묘한 입장에 놓여 있다. 친정인 민자당의 총재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는 『의장답게 처신 못했다』고 질책을 받는가하면 야당으로부터는 위로와 성원을 받고 있는 것. 우리의 의장이 진실로 존경을 받으려면 당적을 벗어나 무당무색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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