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상승에 개방까지… 경쟁력 잃어/“무리한 사업확장 화근” 지적도 경기는 초호황인데 중견기업들이 잇달아 부도를 내고 쓰러지고 있다. 덕산그룹의 부도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대구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인 (주)두성과 두성종합건설 하나백화점이 지난 15일 동시에 부도를 낸데 이어 이번에는 상장업체인 (주)삼신이 부도를 냈다. 상장업체만 해도 삼신 외에 삼도물산(2월27일)과 고려시멘트(3월2일)등 올들어 3개나 된다. 그야말로 연쇄부도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부도사태는 국내 경기가 과열을 걱정할만큼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중에 나타나고 있다는데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4%의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했으며 수출도 22.9%나 늘어났다. 제조업의 공장가동률은 지난 1월에 85.4%에 이를 정도의 완전가동상태에 있다.
시중 자금사정도 이달 들어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지난 1월중순이후 연 15.0∼15.5%수준을 보이던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14%대로 떨어졌으며 한때 연 25.0%까지 치솟았던 콜금리는 10%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경기와 자금사정이 좋은데 중견기업들이 왜 잇달아 쓰러지는가.
전문가들은 우선 경기와 자금이 극심한 양극화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급격한 팽창을 보이고 있는 국내경기는 수출이 주도하고 있다. 수출의 주력은 대기업 제품과 중화학공업제품이다. 내수도 마찬가지다. 민간소비가 지난해 4·4분기 7.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소비의 내용은 자동차 VTR등 대기업이 생산하는 고가 내구소비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자금사정도 좋다고는 하지만 금융기관과 대기업의 자금은 풍부한데 비해 일정수준이하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최근 덕산그룹 부도이후 금융기관의 대출문턱은 더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중화학공업은 13.0%나 성장한데 비해 경공업은 3.6%의 성장에 그쳤다.
경제의 개방화와 국제화도 잇단 부도를 부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건비와 원료값이 비싸 생산비용은 높아만 가는데 시장개방으로 외국의 값싼 물건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경공업제품이나 중소기업제품은 시장을 뺏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은 『개방화 과정에서 한계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현재의 구조조정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기업만 살고 중소기업은 잇달아 쓰러지는 것이 구조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활황을 틈탄 기업들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김원태한국은행자금부장은 『최근 부도를 낸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업주가 무리한 사업확장을 했다는 점』이라며 『시장개방으로 경쟁은 심화되는데 공급이 계속 늘어나니 부도업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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