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 상팔자 」란 말에 이어 「무재산 상팔자」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돈많은 부모들이 잇달아 아들로부터 목숨을 잃고 있다. 작년에 부모를 죽였던 24살의 박한상과 지난 14일 아버지를 죽인 42살의 경제학교수 김성복은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유산을 노려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점에서는 다를것이 없다. 박한상은 공부하기 싫어서 부모를 실망시키다가 미국으로 유학간후 향락에 빠졌으나, 김성복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가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던 대견한 아들이었다. 그는 『어렸을때부터 가치관의 차이로 아버지와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지만, 순탄하게 모범생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의 심리상태는 박한상수준이었다. 재산이 있으면서 곤경에 빠진 아들을 외면하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 아버지의 재산은 당연히 자식의 것이니 아버지를 죽여서라도 그 재산을 갖겠다는 욕심은 20대의 문제아나 40대의 교수나 차이가 없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모두 자수성가하여 큰 돈을 모았고, 자녀에대한 교육열이 높았고,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특히 김성복의 부친 김형진(73)씨는 금용학원재단을 인수한후 덕원여중·고와 덕원예고의 발전을 위해 정성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학교 곳곳을 보살피는 이사장 할아버지는 학생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존재였다고 학부모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우리사회는 온통 벌집쑤신듯 하다. 돈때문에 대학교수가 아버지를 죽이다니 인륜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공부를 할만큼 하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이 추리소설과 「형사 콜롬보」를 보며 아버지살해를 치밀하게 계획했다니, 그런 저능아를 엘리트로 착각한 우리 교육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한탄도 들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너무 확대해석하는것은 무리다. 박한상이나 김성복의 범죄는 패륜이전의 정신파탄에서 비롯되었으므로 그런 일련의 범죄들이 오늘 우리가정의 위기를 상징한다고 우려하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것은 부모가 끝없이 주는데도 감사할줄 모르는 받는 것에 대한 불감증, 부모의 재산은 당연히 자기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욕심, 근검절약이나 궁핍한 생활을 못견디는 소비중독증, 그런것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많은 자녀들의 존재다. 가난한 부모는 효자를 두고, 부유한 부모는 불평많은 자식들을 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부족한 생활속에 우리가 간직했던 미덕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아버지의 재산을 갖기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이 어떻게 싹틀수 있었는지를 모든 부모들이 되새겨볼 때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