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주는 요 옆주에 비해 세금이 적고 지원제도도 잘 돼 있어 기업활동하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게다가 물좋고 공기맑고 경치도 끝내 줍니다』 TV광고에 직접 나와 이렇게 살살거리며 기업유치에 혈안인 주지사를 미국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때로는 주간 기업유치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주경계를 맞대고 있는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3개주는 지난 91년 「비겁하게 남의 기업들을 빼내가지 말자」고 신사협정까지 맺기도 했다. 그런데도 몇달전에는 뉴욕주에서 코네티컷주로 옮겨 가려는 스위스은행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두 주간에 한바탕 전쟁이 또 벌어졌다.
뉴욕시 부시장이 코네티컷주 신문에 광고를 내 『당신네 주정부가 기업들을 약탈해 가는 뻔뻔한 작태를 보였으니 우리도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처럼 지사를 비롯한 주정부관리들이 발벗고 뛰는 것은 주내에 기업들이 늘어야 세금을 많이 거둬 주민복지에 팡팡 쓰고 주민들 일자리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지사땐 살기가 그럭저럭 괜찮구먼』하고 주민들이 느껴야 다음 선거에서 재선될수 있고 줄줄이 달린 주요 간부들도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뉴욕주지사선거에서 공화당소속 뉴욕시장이 민주당소속 주지사후보를 지지하는 「반란」을 저질렀던 것도 당보다는 유권자를 기본으로 자신의 정치 앞날을 계산한 결과였다. 또 자치단체장이 방송토크쇼 프로그램에 되도록 얼굴을 자주 내밀어 주민과 대화를 하는 것이나, 무슨 사고가 생기면 현장에 달려나가 직접 브리핑까지 하는 것도 유권자들의 마음에 드는 것만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을 받았든 안받았든 유권자를 우선시하고 무서워하는 단체장을 뽑고, 또 그렇게 길들일 줄 아는 주민들만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지방자치를 누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뉴욕=김준형 기자>뉴욕=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