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사사건… 윤곽 안개속/최근 극우테러 연관가능성도 20일 도쿄에서 발생한 지하철 유독가스 살인사건은 불특정다수를 겨냥, 무차별공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인구밀집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으로 볼때 조직적인 범죄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범행조직의 윤곽이나 범행목적은 일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시청과 과학수사연구소에 의하면 지하철에 살포된 유독가스는 「사린」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경계통을 마비시켜 생명을 앗아가는 사린은 지난해부터 일본 열도를 공포속에 몰아넣었다. 지난해 6월27일 나가노(장야)현의 마쓰모토(송본)시에서 유독가스에 질식돼 7명이 사망한 사건이 사린살인사건의 시작이다. 당시 한밤중 아파트단지에 살포된 사린때문에 잠을 자던 주민들이 창문으로 스며든 가스에 중독돼 2백여명이 병원에 입원했었다. 또 지난해 7월9일과 15일에는 야마나시(산리)현의 종교단체인 옴진리교시설 부근에서 두 차례나 악취가 발생했는데 현장에선 사린의 잔류물이 검출됐다.
최근에는 지난 5일 요코하마(횡빈)시내를 달리던 게이힌(경빈)열차 내에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면서 승객 20여명이 통증을 느껴 병원에 입원한 바 있으며 16일에는 도쿄의 지하철 가스미가세키(하관)역구내에서 수증기를 뿜어내는 서류가방 3개가 발견돼 승객들이 폭발물로 오인, 긴급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경찰은 마쓰모토 사린사건이 발생한지 10개월이 가깝도록 아직 범인의 윤곽조차 파악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후 일어난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도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시청은 과거 과격파의 테러사건 때는 폭발물이 사용된 적은 있어도 독극물이 사용된 적은 없어 이번 사건이 과격파의 범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그러나 경시청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건과 지하철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관해 심리학자나 사회평론가들은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는 자들의 화풀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회평론가인 아카쓰카 유키오(적총행웅)씨는 『불특정다수를 노린 점으로 미루어 볼때 사회에 대한 원한을 풀기 위한 범행일 수가 있다』며 『범인은 약물에 대한 전문가이면서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후쿠시마 아키라(복도장)조지(상지)대(범죄심리학)교수는 『폭파범죄같은 것은 사회적으로 자기주장을 호소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시청은 이번 사건의 범행그룹에 화학무기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고 과거 구일본육군의 제6기술연구소(독가스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사람중 생존해 있는 인물과 전후 자위대화학학교에서 독가스를 연구한 자위대출신 인사들의 신상조사에 나섰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사린가스」란/청산가리 5백배의 맹독성/나치 유태인학살때 사용… 해독제없어
일본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비닐봉지를 분석한 결과 범행에 사용된 유독가스가 지난해 6월 나가노(장야)현 마쓰모토(송본)시에 살포돼 주민 7명을 사망케 한 사린(SARIN)가스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린가스는 입과 피부로 침투, 수분내 신경중추를 파괴하고 경련과 질식끝에 치사케 하는 맹독성(청산가리의 5백배)을 지녔다. 현재까지 해독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사린가스는 2차대전전 유기 인산계 살충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돼 실전에는 사용되지 않았으나 나치 독일이 유태인 학살에 이용했다. 이 때문에 G가스(GERMAN GAS)로 불리는 사린가스는 이후 개량을 거듭, 지속성과 맹독성으로 현대 가스무기의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다.<도쿄=이창민 특파원>도쿄=이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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