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변제노력땐 불구속가능성/비자금·숨긴부동산 등 추적총력 덕산그룹 부도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박성섭(47)회장 일가의 사법처리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검찰은 23일께부터 박씨와 동생 박성현(36) 전고려시멘트사장, 어머니 정애리시(71)씨등을 소환조사한 뒤 늦어도 이달말까지 사법처리를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검찰은 ▲덕산그룹 부도사태의 경위및 박회장 일가의 범법행위 ▲박씨일가의 재산은닉및 비자금 규모 ▲덕산에 대한 금융기관 자금지원 과정의 불법여부등 3갈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관련기업과 박씨 일가의 집등의 압수수색과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덕산그룹이 93년이후 1백억∼2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등 재정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박회장이 3천억원대의 어음과 수표를 남발해 사업확장을 한 사실을 확인, 박회장을 사기및 부정수표단속법위반혐의등으로 사법처리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덕산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사실을 알면서도 5천5백여억원을 지급보증한 동생 성현씨의 행위도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머니 정씨도 『덕산 부도사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지난달 7일 고려시멘트등 3개 계열사에 3백20억원을 덕산에 지원하도록 지시하는등 덕산그룹의 경영과 부도사태에 직접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 사법처리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정씨는 박회장이 덕산그룹에서 손을 뗀 2월7일이후 법인 인감등을 받아 부도발생 직전까지 거액의 어음을 직접 발행한 의혹이 있으며,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사기혐의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도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정씨인데다 아들 2명과 정씨를 함께 구속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정씨가 「주머니」를 풀어 채무변제에 성의를 보이는 조건으로 불구속수사등으로 사법처리 수위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검찰은 박씨일가의 회사자금 횡령및 재산은닉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덕산계열사 37개중 기업의 구색을 갖춘 곳은 10여개에 불과, 박회장이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한 목적이 담보제공과 지급보증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 부동산 매입으로 재산을 빼돌리려는 것이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각 계열사의 부동산 매입경위와 자금출처등을 조사하는 한편 박회장의 친인척및 임직원 39명의 예금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또 박씨일가가 서울에 많은 부동산을 임직원등 타인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또 고려시멘트 계열사인 남해산업 소유로 돼 있는 전남 해남군의 1백82만여평(2백억원대 추정)의 땅문서가 광주 서석동 정씨 집에 보관돼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정씨가 이 땅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이밖에 비자금을 관리하는 수백여개의 차명계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덕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부동산 매입현황과 자금출처등을 담은 비밀장부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일 자진출두한 덕산그룹 경영정책실장 이종호(이종호·43)씨와 잠적한 재무이사 최병구(44)씨등 덕산그룹의 자금운용을 담당했던 핵심측근들의 조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을 조사하면 은행 대출과정과 자금사용내역, 은닉재산 유무, 고려시멘트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경위등 이번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은행대출 관련비리를 검찰이 어느 정도까지 파헤칠지는 미지수다. 덕산에 신용만으로 수백억원의 대출과 지급보증을 해 준것은 유력인사가 은행과 단자사에 압력을 넣은 때문이고, 이들은 대가로 거액의 커미션을 받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은행과 단자사 관련자들을 소환해 대출비리 여부를 일단 점검했고, 부도수사를 마무리짓는 대로 대출비리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자칫 정치권으로 불티가 튀는 상황은 검찰에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이희정·이태희 기자>이희정·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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