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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이럴수가…”/김 이사장 피살/「살인각본」구상후 예행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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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이럴수가…”/김 이사장 피살/「살인각본」구상후 예행연습

입력
199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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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수건덮고 목찔러/동료교수와 술자리 “옷갈아입고 온다”/베란다통해 욕실창문 뜯고 안방 잠입/거실옆 욕조 물틀어 목욕하는듯 위장 덕원여고 이사장 김형진(73)씨를 살해한 큰아들 김성복(41)은 유산상속을 노려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 예행연습까지 하고 잔혹한 수법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뒤 완전범죄를 꾀해 패륜의 극치를 보였다.

 김은 20일 검거된 뒤 『지난해 5월 설립한 농수산물유통업체 해강농수산이 20억원의 빚을 지고 있고 어음 2억2천만원을 결제할 자금이 없어 유산을 받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 12일 범행을 결심한 김은 서울 청계천에서 과도와 상하가 붙은 작업복 면장갑 마스크 흰운동화 검은색 모자등을 구입, 그랜저 승용차 트렁크에 숨겼다. 이어 자신의 방에서 베란다를 통해 아버지방에 들어가 범행하고 돌아오는 시간을 재보는등 「예행연습」을 했다. 또 철물점에서 자물쇠를 구입, 덕암빌딩 6층 집으로 올라가는 5층의 철문 자물쇠와 교체하고 경비실에 비치된 열쇠도 바꿔놓아 밤에는 잠그는 철문을 자신이 열 수 있게 해 두었다.

김은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14일 하오 6시께부터 동료교수 3명과 집부근 생선횟집을 거쳐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다. 이어 하오 11시7분께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승용차에서 범행도구를 담은 스포츠가방을 꺼내 하오 11시12분께 덕암빌딩에 도착, 외부침입을 위장하기 위해 5층 철문을 열어놓고 집에 들어갔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어머니(63)에게 『아버지는 주무세요』라고 물어본 김은 자신의 방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 장갑을 착용한 뒤 창문을 넘어 베란다로 나가 안방 욕실의 창문을 떼어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거실옆 욕실에 들어가 욕조 수돗물을 틀어 목욕을 하는듯 위장했다. 이어 어머니 몰래 방으로 가 운동복위에 작업복을 겹쳐 입고 마스크를 쓴 뒤 베란다와 안방욕실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가 잠든 아버지의 얼굴에 욕실수건 2장을 덮고 길이 25㎝ 과도로 오른쪽목 동맥부위를 찌른 뒤 목을 졸랐다.

 범행후 욕실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나온 김은 어머니가 사건현장을 발견, 『아범아 큰일났다』며 허둥대는 모습을 거실창으로 보며 방으로 돌아와 작업복을 벗고 과도와 장갑 운동화등을 스포츠가방에 넣었다. 이어 안방으로 가 아버지의 상태를 살핀 뒤 하오 11시30분께 어머니에게 『119신고를 하라』며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1층으로 내려왔다. 김은 경비원에게 『큰일이 났는데 경찰에 신고하라』고 이른 뒤 집앞에 서 있던 어모교수의 승용차 뒷바퀴 안쪽에 가방을 숨겨놓고 동료교수들이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가 『아버지가 강도를 당했다』며 어교수의 승용차 키를 빌려 가방을 트렁크에 실었다.

 김은 하오 11시45분께 동료교수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막 도착한 구급차에 아버지의 시신을 실어 서울대병원으로 옮기게 한 뒤 어교수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뒤따라가 10여분간 머물며 아버지의 사망을 확인했다.

 김은 15일 0시12분께 어교수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종로 6가 한덕빌딩 경비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속여 이곳으로 가 어교수가 경비원을 부르러 간 사이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 과도는 부근식당 하수구에, 피묻은 작업복등이 든 가방은 쓰레기장에 버렸다.

 경찰은 처음부터 외부인의 침입이 거의 불가능하고, 김의 사건전후 행적에 수상한 점이 많으며 어머니와 진술이 엇갈려 김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18일 김이사장의 장례후 어머니에게 김의 혐의가 짙다고 알리고 아들을 설득하도록 부탁했다. 어머니와 가족들은 19일 둘째딸 집에서 가족회의를 열고 김을 추궁, 그가 격앙된 반응과 함께 횡설수설하자 경찰에 『큰아들이 이상하다. 사고를 낼 것 같으니 빨리 와달라』고 연락했다. 경찰에 연행된 김은 처음에는 『마스크를 쓴 공범이 했다』는등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20일 새벽 범행일체를 자백했다.<김성호·박희정·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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