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이붕)중국총리는 2년전의 그가 아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직후인 18일 하오 인민대회당 3층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붕의 자세는 한마디로 「자신만만」 그 자체였다. 이붕은 주룽지를 포함한 6명의 부총리를 좌우에 세워놓고 단상에 서서 기자들의 질문을 도맡아 답변했다. 2명의 신임부총리를 포함한 다른 부총리들은 입도 벙긋 못한채 기자회견이 끝나 버렸다. 2년전 그가 전인대서 5년임기의 총리에 재선되었을 때와는 판이한 광경이었다. 당시 이붕은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이라도 주용기등 다른 부총리에게 답변기회를 넘기는 「겸손」을 보였으며 부총리들도 총리 답변도중 잡담을 하는등 「불손한」행동을 서슴지 않았었다.
이붕총리의 기자회견에 앞서 전인대 폐막연설을 한 차오스(교석)전인대상무위원장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17, 18일의 9차례 표결에서 반대와 기권표가 속출, 전인대의 위상이 한결 강화된 것을 목격한 직후여서인지는 몰라도 교석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올해 전인대는 장쩌민(강택민)당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제3세대 지도부가 덩샤오핑(등소평)이후를 겨냥하여 자신들의 권력메카니즘을 가동해 보는 첫 리허설장으로 주목을 끌었다. 예상대로 대의원들은 후계자로 낙점받은 강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했으며 이에 도전하는 행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붕과 교석의 급격한 부상은 예상치 못했던 사태진전이었다. 두 사람의 부상이 지도부내 컨센서스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 것인지 등사후를 겨냥한 각 파벌의 세력확장 노력의 결과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19일 회의장에 자리를 나란히 한 모습은 제로섬 게임식 세력확장보다는 컨센서스를 추구하는 듯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중국의 현지도부는 등이후 「강―이―교」의 트로이카체제를 염두에 두고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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