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직원 고객계좌 쓰다 탄로 실랑이/「조용한합의」깨고 소유권 주장때도 낭패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남의 이름을 빌리거나 훔쳐서 금융거래를 하는 차·도명 거래시 자칫 「돈싸움」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남의 이름을 빌리거나 훔쳐서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데 정작 명의자가 돈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우 돈의 원소유자나 이같은 차·도명 거래를 중개한 금융기관 직원은 낭패를 당하게 된다. 실명제법으로 실제명의자의 권리가 크게 강화된 탓이다. 특히 금융기관 직원들은 실명제법을 위반하고 있어 속수무책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이같은 「돈쟁탈전」이나 분쟁을 계기로 수면위로 드러나는 금융실명제 위반행위를 적발하게 된다.
한일증권이 이러한 차·도명 거래를 하다가 돈싸움에 휘말려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당국의 처벌을 받게 됐다. 한일증권의 김모 동교동지점장은 자신의 돈 2억원과 친구의 돈 2억원등 4억원을 경기화성군동탄면의 오모씨 명의 증권계좌로 거래를 했다. 증권사직원은 직접 자기명의로 주식을 사고팔수 없기 때문이다. 오씨의 계좌는 지난해 10월이후 사실상 거래가 끊긴 휴면계좌였다. 김지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오씨 명의계좌에 4억원을 입금, 증권거래를 했다. 물론 오씨의 인감도장과 증권카드는 김지점장이 확보해놓고 있었다. 오씨가 스스로 맡겼다. 문제는 오씨가 자기계좌에서 정체모를 거액이 거래되는 사실을 3월들어 뒤늦게 알고 『왜 내계좌에 거액이 들어가 있느냐』며 인감과 비밀번호를 변경, 자신외에는 인출을 못하도록 조치하면서 발생했다.
오씨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자 당장 한일증권 실무관계자뿐만 아니라 사장도 문책을 받게 생겼다. 실명제의 징계특별기준상 지점장이 고의 위반을 하면 금융기관 대표를 문책하도록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오씨는 자신의 명의가 도용(증권사측은 합의차명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증권감독원의 특검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실이 드러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권사의 「잔고통보제도」에 의해 알았다. 차·도명을 예방하기 위해 당국은 거래자 본인에게 금융거래내역을 통보해주는 제도를 도입해놓고 있다. 증권의 경우 매월 1회 통보하고 있고 은행도 4월부터 3천만원이상의 계좌는 본인에게 3개월(분기)마다 의무적으로 통보토록 된다. 따라서 남의 명의를 당사자 모르게 이용할 경우 결국은 사실이 탄로난다.
차명을 하려면 돈의 「원소유자」와 「명의대여자」및 「금융기관 직원」등 3자간에 조용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명의대여자가 명의이용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등 돈욕심이 생기거나 올바른 실명제 정착을 위해 고발하는등 3자간 합의를 깨면 분쟁이 생기고 결국 금융기관 직원들은 실명제그물에 걸려 치명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금융기관 직원도 모르게 돈의 실소유자가 남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 명의자가 나타나 인출을 요구하면 금융기관은 돈을 내줘야 한다. 이를 되찾으려면 원소유자는 명의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돈의 실소유자가 명백하므로 한일증권이 명의자에게 인출해주지 않고 있다. 도명이나 차명의 위험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홍선근 기자>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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