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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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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년은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다. 광복 50주년에 한·일 수교 3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제의 심벌로 아직까지 서 있는 총독부건물도 없애기로 했고 전국 각지에 박혀있는 쇠말뚝도 제거한다는 얘기다. 불행한 과거의 잔재를 씻어 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일본내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청산이 아니라 그 반대다. 그들이 저지른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려고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극우세력에만 제한되었던 그런 언동이 이제는 일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일본 의회의 부전결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갈등현상은 정말 가관이다. ◆태평양전쟁이 자위전쟁이라고 망언한 오쿠노 세이스케의원은 자민당의 「전후50주년 국회의원 연맹회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있어 더욱 우리를 의아스럽게 만든다. 과거를 사죄하고 반성하는게 아니라 군국주의의 부활을 획책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도 「정치가의 역사 인식을 슬퍼한다」고 개탄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히로히토 일왕이 태평양전쟁을 주도했던 도조 히데키 전총리의 공로를 치하했다는 일본 신문보도가 눈길을 끈다. 히로히토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왔었다. 역사왜곡의 곡예에 능한 일본의 한 단면을 또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이런 일본에 대해 대사나 불러서 항의하는 형식적인 한국정부의 대응태도 역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총독부건물을 허는 것만으로 과거청산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본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50년이 지난 오늘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잘못을 시정키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지적하고 규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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