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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지하철 독극물사건 주변/출근길 기습 “가스철” 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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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지하철 독극물사건 주변/출근길 기습 “가스철” 수라장

입력
199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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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밑 신문뭉치서 액체 뿜어나와/악취속 비명·구토·졸도… 탈출소동 갑자기 「가스실」로 변한 도쿄 지하철차량은 승객들의 비명과 고함으로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도쿄의 중심가를 연결하는 히비야(일비곡)선과 마루노우치선의 18개 역승강장마다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울부짖으며 전동차에서 탈출하는 승객들이 줄을 잇고 입에 거품을 문채 쓰러져 후송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격전후의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상오8시2분께 히비야선 가미야초(신곡정)역에 도착한 도부(동부)동물공원행 지하철안에서 30∼40세로 보이는 한 남자가 신문지에 싼 도시락같은 물건을 놓고 사라진 직후 이상자에서 자극성 악취가 풍겨나오며 승객 수명이 눈과 목등의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경시청은 신장 1백70∼1백80㎝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문제의 사나이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찾고 있다. 비슷한 시간 고덴바초(소전마정)역에서는 승객이 선반에 놓여 있던 꾸러미를 밀치는 순간 악취가 퍼졌다.

 ○…츠키지(축지)역 직원들에 의하면 히비야선 지하철열차가 역에 도착, 문이 열리는 순간 승객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나왔다. 3번차량에 탔던 승객 5명이 홈에 쓰러졌고 지하철내에는 자극성 악취가 가득한 채 3명이 쓰러져 있었다. 승객들은 가스냄새를 맡은 직후 수족이 마비되고 정신이 몽롱해지며 심한 호흡곤란과 구토증세를 느꼈다고 전했다.

 졸업식에 가던 미즈구치(수구리지·20·학생)양은 『롯퐁기(륙본목)역 부근에서 시너 냄새같은 것이 나 숨쉬기가 거북하고 눈뜨기도 어려웠다』면서『의자밑에 구겨진채 박혀있던 신문지뭉치에서 사방 1정도 정체불명의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같은 차량에 있었던 한 회사원(여·27)은 『맨 뒷좌석에 앉아있던 넥타이에 반코트차림의 남자가 내린 뒤 의자밑의 신문지에 싸인 15×20㎝정도의 상자에서 사방으로 악취를 풍기는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도쿄 경시청이 지하철에 살포된 독가스를 사린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가운데 일부전문가들은 사린가스가 아세토니트릴등의 용제에 섞여 뿌려지는 바람에 그나마 피해가 이정도였다고 안도하고 있다. 신슈(신주)대의 가토(가등박)교수는 『사린이 원액그대로 뿌려졌다면 피해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린가스가 무색 무취한데도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에테르나 시너, 혹은 양파냄새와 같은 악취가 풍겼다고 증언했다며 범인들이 사린을 아세토니트릴에 섞어 운반해 살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사린을 아세토니트릴에 혼합할 경우 독성은 떨어지지만 운반이 손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시청은 최근 부전결의를 반대하는 우익세력의 목표가 되고있는 국회와 주요관청이 밀집한 가스미가세키 역주변의 출입구를 폐쇄하고 지하철을 그대로 통과시키는등 테러가능성에 대비. 또 지난 5일 요코하마등 유사 범죄가 잇달은 데 주목해 청내에 「지하철 독가스발생 사건 대책실」을 설치,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도쿄=이재무·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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