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고설립·정보지발행 계획도/낙후구조 현대화 새기틀 전기될듯 출판유통업계에 통합바람이 거세다. 출판시장의 전면개방에 따른 업계의 자구적 몸키우기다. 뒤늦은 움직임이지만 연간시장규모 1조2천여억원, 세계 10위로 꼽히는 출판대국이면서도 터무니없이 낙후된 국내 출판유통이 현대화하는 계기가 될는지 주목된다. 배송(보관)전문업체 뿌리와날개(대표 강경중), 도매(수금)전문업체서울출판유통(대표 최선호)이 합병을 선언했고 3백63개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한국출판협동조합(이사장 이기웅)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전 조합원을 주주로 참여시켜 (주)한국출판유통을 설립키로 결의했다. 뿌리와날개, 서울출판유통은 4월에 (주)서울출판유통으로 합병, 단행본의 유통과정을 통괄하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출협의 조합원들은 주주의 지분문제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설립추진중인 일산출판단지에 입체적 공동자동창고를 설립할 계획이다.
보문당, 청운서점등 수도권일대 도서유통을 맡아온 30여개의 도매상들도 독자적인 영역 확보를 위해 이달초 서울서적도매협회를 창설, 통합의 터전을 닦고 있다. 수도권의 도서유통을 사실상 전담해온 도매상들은 출판사에 유통업 전체를 내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도매상들은 통합의 첫 단계로 책정보를 담은 「북 매거진」(격주간)을 4월부터 공동발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서적도매협회를 중심으로 통합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전국 차원의 통합논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서울서적도매협회 박종성(고려서적 대표) 총무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합병방식의 통합은 힘들지만 공동사업, 시장조정등 통합을 위한 터전을 닦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출판유통시장이 전면개방된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외국 출판유통업계의 국내진출은 전무한 상태이다. 유럽에 본부를 둔 다국적출판사인 독일의 KNO, 네덜란드의 센트럴 하우스, 일본의 「일본출판판매」등이 지난해 1차 시장조사를 마쳤으나 아직 사업성 검토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지리적 근접성이나 문화적 유사성등을 감안할 때 일본업계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타격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출판유통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주)토한(동판·전동경출판판매)과 「일본출판판매」의 연간(94년 기준) 매출액 규모는 각각 6천7백22억2천5백만엔(5조8천여억원 상당), 6천3백97억엔(5조5천여억원 상당)으로 우리 전체 출판시장규모의 10배가까이 된다.
그래서 업계는 자율적 통합움직임을 계기로 출판유통의 현대화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반응이 미미한 상황이다.<서사봉 기자>서사봉>
◎일출판유통 장점은 “일원화·자동화”/서점-도매회사-출판사 단일망 형성/“철저한 시장질서 구축”우리와 대조
국내 업계가 가장 겁을 내고 있는 일본의 출판유통구조는 일원화와 자동화가 특징이다. 이미 60∼70년대에 다져진 일본의 유통구조는 정보네트워크와 연계된 유통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단계의 일원화와 자동화로 나아가고 있다.
일원화는 거래선과 거래단계의 단일화를 의미한다. 일부 전문출판사를 제외하고 일본의 출판사는 (주)토한(동판·전 동경출판판매)과 일본출판판매로 거래선이 단일화해 있다. 출판사―도매기구―서점으로 연결되는 계통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한 출판사가 여러 도매상과 거래하고 유통구조가 다단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일본에서는 일원화가 대형 유통기구의 횡포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유사서적, 추종출판물등의 판매를 거부해 출판시장의 질서를 잡고 있다. 두 회사는 자동시설을 통해 출판사에서 온 책이 서점으로 가는 트럭에 실리는 전과정을 자동처리하고 있다. 이미 80년에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국제도서번호)제를 확립한 일본은 90년에 거의 모든 서점과 도매회사, 출판사 3자가 공동 VAN네트워크(BIRD―NET)를 형성, 고차원의 시장 일원화와 자동화를 이룩했다. 대형서점이 재고도 자체파악하기 어려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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