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코스 밟아온 40대 박사/돈욕심에 가족관계 근본부인 “공통점”/도피 유학뒤 오렌지족 생활 인성은 정말 죽었는가.
패륜범 박한상(24)군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유학을 다녀온 40대 대학교수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가족관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할 정도로 중증임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물질만능주의와 인명경시 풍조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약상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박군사건의 경우 금전만능주의와 잘못된 교육의 병폐를 드러낸 끔찍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덕원여고 김형진(73)이사장 피살사건은 재산문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범행의 당사자가 중년의 현직 대학교수라는 점에서 충격의 도를 더하고 있다.
당초 살해된 김이사장의 재산이 엄청나 세인의 관심을 모았으나 범인이 대학교수인 아들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수사 관계자들은 빚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어이없는 범행동기와 함께 치밀한 범행및 범행은폐 과정에 충격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범인 김성복(41)은 자신의 칼에 찔린 아버지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순간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들고나와 동료교수의 차량을 이용, 종로6가 하수도에 버리는 치밀함과 대담성을 보였다.
박군의 경우 지방대에서 무료한 생활을 보내던 부잣집 아들로 도피성 유학을 갔다가 「놀기 위해 유학온」 오렌지족들과 어울려 도박을 일삼는등 도덕성이 마비된 도착적인 의식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더구나 신세대의 이기심과 가족대화의 상실등 신세대 교육의 문제점이 노정되던 시점에 터진 사건이어서 원인 진단과 처방도 가능했다.
이에 비해 김은 명문 사립대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엘리트이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전통적인 가정교육까지 받았다.
인간성에 대한 절망감 이외에는 우리사회가 치유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같아 할말을 잊게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의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병리현상이 기성세대의 도덕성까지 황폐화시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 두 사건 모두 개인주의가 팽배한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부유층 자제의 범행이라는 점에서 미국유학과 인간성 상실간의 연관관계마저 생각케 한다.
월반해 2년만에 고교과정을 마치고 명문대에 진학할만큼 두뇌가 우수한 김의 범행은 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없다. 박군의 경우는 나이가 어려 사리 분별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지만 2억몇천만원의 부도를 막으려고 그랬다는 김의 범행동기를 납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검 범죄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동안 존속살해 상해등 패륜범죄는 모두 1천4백96건으로 89년의 1천94건에 비해 37%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존·비속범죄는 주로 고부갈등 남아선호등 전통 가족제도와 개인주의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나 최근의 패륜범죄는 오로지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가족관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들이어서 범사회적 도덕재무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범인김씨 어떻게 될까/민법상 재산상속 한푼도못받아/친밀범죄… 극형 피하기 힘들듯
아버지를 살해한 김성복은 패륜범행 때문에 자신이 노렸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됐다.
김은 빚을 갚고 아버지의 재산을 빨리 상속받기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5월 한약업사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군처럼 단 한푼의 재산도 물려받을 수 없다. 민법 제1004조는 「고의로 직계존속이나 피상속인, 혹은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인의 선순위나 동순위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때문이다. 또 유산을 상속받을 목적이 없었더라도 범행만으로도 존속살해자의 상속권은 박탈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이다.
한편 법조계는 법원의 유죄판결 확정 전이라도 김의 상속권은 박탈될 것으로 보고있다. 김이 범인임이 틀림 없다면 부모를 살해한 순간부터 상속결격자가 되므로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범행시점인 지난 14일로 소급해 상속권이 박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산은 김을 제외한 가족들에게 민법이 정한 순서대로 상속된다.
한편 김성복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등 극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에게 적용될 형법 제250조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존속살해에 대해 효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패륜으로 보고 법적용을 엄격히 하고 있다.
일반 살인의 경우 통상 사형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지지만 직계존속살인은 사형과 무기로만 처벌이 한정돼 있는 점도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김은 사회지도층인 교수신분이어서 범행의 사회적인 충격이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법원도 패륜범죄에 대해 특별한 작량감경 사유가 없는 한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특히 김의 범행 자체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아래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저지른데다 범행이후의 은폐행적등을 고려할 때 법의 관용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남경욱·권혁범 기자>남경욱·권혁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