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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마지막 보루도 무너졌나”/왜 이런일이… 각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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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마지막 보루도 무너졌나”/왜 이런일이… 각계진단

입력
199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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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교수가 부친살해/황금주의 만연 자제심한계에/아버지 권위회복 가정복원을 덕원여고 이사장 피살사건의 범인이 현직 대학교수인 아들이라는 사실은 온 사회를 엄청난 충격속에 몰아넣었다. 지난해 박한상(박한상)군의 부모살해사건때만해도 나름대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함을 소리높여 외치던 이들도 이번에는 모두 망연자실해 말을 잃었다. 분노와 개탄의 수준을 넘어 『이젠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 않느냐』는  전례없는 사회적 무력감까지 감지되는 분위기다.

 기존 상식의 틀을 무너뜨린 이번 범죄에 대해 전문가들도 선뜻 진단을 내리지 못한 채 『너무도 충격적』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당혹스러워 했다. 서울대 한상진(사회학)교수는 『윤리면에서 사회의 「안전판」이랄 수 있는 교수가 치밀한 계획하에 이같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 도덕의 붕괴등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우리사회의 구조적 병리현상에 다시 맞춰진다.

 박한상군 부모살해사건의 1심재판장을 맡았던 서울지법 김황식(김황식)부장판사는 『도덕등의 큰 가치를 생활의 절대규범으로 삼고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황금만능주의에 의해 퇴색되고 있다』며 『특히 사악한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개인적 소양이 사라지고 있어 이런 믿기지 않는 범죄가 자꾸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상진교수도 현재 우리사회의 상황을 『기본적으로 도덕적·윤리적 판단이 물량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심하게 파괴된 상황』이라고 단정짓고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은 물론 범인 개인에게 있지만 크게 보아 눈앞의 목적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앞으로만 나가는 「돌진형 근대화」의 산물이랄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소장은 가정의 붕괴, 아버지상의 실종등을 보다 심각한 요인으로 꼽았다. 백소장은 특히 「엄격한 아버지」의 상실을 이같은 패륜범죄 빈발의 직접원인으로 들었다. 『그동안 우리 가정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밖에서 일에만 전념한 까닭에 엄격한 아버지상을 심어줄 여유가 없었다』며 『어린 시절을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 못한 사람들은 성장후 아버지 권위에 도전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청·장년기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너무 일찍 황금만능주의에 물드는 바람에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된 점을 박한상군 사건과 이번 사건의 공통점으로 지적한 의견도 제시됐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처방은 당연히 개인적 도덕성의 회복과 가정의 복구, 나아가 사회적 의식전환등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 의대 김중술(정신과)교수는 『범인 김씨는 일반적으로 성격장애자로 볼 수 있는데 정신적 성장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족관계가 새로이 정립되고 더욱이 입시위주의 교육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상창소장도 입시위주 교육제도의 폐해를 지적한 뒤 『무엇보다 엄부자모 상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황식판사는 『교육·법조·종교계등 각계에서 인간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소명을 다해야 하며 전사회적인 윤리의식 회복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시했고 한상진교수는 『의식전환과 함께 구체적으로는 흉악범에 대한 처벌강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도덕과 인륜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소설가 이순원씨의 말처럼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있을 수 없다는데 모두가 답답해 하고 있다.<이준희 기자>

◇도움말 주신분

 ▲김중술(서울대의대교수·정신과) ▲김황식(서울지법 부장판사) ▲이순원(소설가) ▲백상창(한국사회병리연구소 소장) ▲한상진(서울대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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