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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유럽순방 객관적평가 눈길/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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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유럽순방 객관적평가 눈길/김성곤 서울대교수영문학(나의지면평)

입력
1995.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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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면 등 참신한 변모… 풍성한 읽을거리 반가워 정부가 세계화를 「SEGYEHWA」로 공식표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국내 일간지들에 실렸다. 그 이유는 그간 사용해 온 「GLOBALIZATION」이 「시장개방」을 의미하는 국제경제용어이기 때문이며, 세계화가 한국의 고유개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우선 「SEGYEHWA」를 영미인들에게 읽혀보았더니 「세지화」 「시자이화」「시계화」등 중구난방이었다. 그리고 괄호속에 「TOTAL GLOBALIZATION POLICY」라는 부연설명이 붙으면 그야말로 「시장전면개방 정책」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모든 중진국, 후진국들의 공통지향점인 세계화―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총체적 전략인 세계화―가 어떻게 한국만의 고유한 개념인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인문학 분야에서는 「GLOBALIZATION」이라는 용어가 문화적 세계화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그 용어가 싫다면 「GLOBAL VIEW」나 「GLOBAL OUT LOOK」 또는 「GLOBAL PERSPECTIVE」같은 용어들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문표기의 경우 자연스러운 표현을 위해서는 앞으로는 영미인들과 충분한 사전협의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 역시 세계화를 위한 커다란 포석이었다고 생각된다. 3공화국 시대에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목적이 그야말로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고 높여 보려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하거나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할만큼 우리의 입지가 탄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들은 아직도 우리 대표단이 외국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또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가에 중점을 둔 불필요한 기사들을 많이 내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언론도 이제는 좀 더 당당해지고 대국적이 되어 이번 순방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보도하는데 좀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에서 한국일보의 관련기사들은 대체로 수준급이었다.

 그동안 분기별로 내던 자동차세가 이번부터 연2회 납부로 바뀌었다. 그것이 은행에 가는 차주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말을 믿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오히려 미리 앞당겨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연간 백억원이 넘는 이자에 대해서는 당국이 왜 침묵하고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그리고 목돈으로 받을 경우 그 이자만큼 분명히 세금을 삭감해 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일 진정으로 은행에 가는 차주들의 수고를 덜어주려면 다른 선진국들처럼 일년에 한번만 세금을 내도록 하고 그 액수도 대폭 하향조정해야만 한다. 예컨대 2천4백㏄짜리 차를 가진 사람은 그 차가 아무리 낡았어도 현재 한번에 40만원 가까운 액수를 일년에 두번 납부해야만 하는데 이미 오래 전에 필수품이 되어 버린 차에 아직도 그런 거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과연 지구상에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세금도 엔진 배기량 중심이 아닌, 휘발유 소비량 중심의 주행세로 전환해야만 한다. 도로를 많이 점유하는 사람이 그만큼 자동차세를 더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합리적인 사고가 왜 한국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거두기 쉽고 조세저항이 없다고 해서 다른 나라보다 무려 50여배나 비싼 세금을 거두는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만 한다. 독자들은 한국일보를 포함한 언론매체들이 그와 같은 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가 「섹션화」하면서 읽을거리가 전보다 더 풍성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섹션화하면서 오히려 읽을거리가 더 없어지는 신문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일보의 이런 변화는 성공적인 경우라고 생각된다. 문화면과 연예면 그리고 여가면과 생활정보면이 드디어 진부한 정치 관련기사들보다 더 눈에 띄는 시대가 온 것 같아 내심 반가운 생각이 든다. 그것은 곧 우리도 이제는 각박한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삶을 여유있고 풍요롭게 가꾸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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