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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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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의 도시 경주가 소란스럽다. 보존이냐 개발이냐 하는 「장외싸움」이 치열하다. 문화유적지는 으레 개발과 보존의 갈등과 충돌을 겪게 마련이다. 문화재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주민 이익이 우선인가는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역사의 맥락을 어떻게 지키고 유지하는가 하는 판단은 후손의 의지에 달렸다. ◆새삼스럽게 경주의 시비가 재연한 까닭은 고속전철 건설과 경마장 유치 탓이다. 경주는 도시 그 자체가 문화재다. 어설프게 손을 대면 경관도 해치고 역사를 훼손하게 된다. 그래서 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고고학회를 비롯한 16개 학술단체가 지난 18일 서울에서 경주문화재보존 합동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민대표들이 항의를 하며 학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학계가 정부에 건의한 대책은 고속전철의 통과 반대, 경마장의 외곽 이전, 신경주건설등이다. 나름대로 경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주민들의 생각은 왜 개발혜택을 훼방하느냐는 것이다. 이러니 갈등과 충돌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흔히 로마를 조상을 등에 업고 팔아 먹는 도시라고 한다. 이 말에 함축된 뜻은 선망과 비아냥이 엇갈린다. 로마는 조상의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도시의 활력은 또 그대로 살려 나간다. 그래서 시민의 긍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는다. 로마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능력이 아무래도 모자라는 것 같다. ◆「자연을 자연대로」라는 구호처럼 문화유적은 문화유적대로 살려가는 방안이 최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경주 건설의 구상과 대안은 깊이 음미해볼 만하다. 고도를 지키면서 주민과 관광의 편의를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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