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해제 노림수에 운신폭 좁아/작년 「헬기 북한 불시착」 재판우려 이라크가 지난 13일 쿠웨이트 접경지역에서 미국인 2명을 체포, 억류한 사건이 미국의 대이라크 제재정책에 미묘한 변수로 등장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인 억류사실을 확인하면서 『미행정부의 제재에 의해 굶주리고 있는 2천만 이라크 주민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억류사건을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연계시킬 의도를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이라크는 91년 8월 유엔안보리 금수조치 이후 기본식량과 의약품의 공급부족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1백만명이상이 희생됐다고 주장해 왔다. 더욱이 경제위기와 흉흉한 민심은 후세인 장남의 피격설과 잇단 쿠데타 기도설등과 함께 사담 후세인대통령의 집권기반에 균열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즉 유엔의 경제제재를 「후세인 목조르기」로 이용하고 있는 미국의 의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얻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지난 13일 프랑스등의 반대에도 불구,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5월까지 연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런 맥락에서 터진 자국민 억류사건은 미국에 지난 연말 보비 홀준위등 불시착 헬기조종사 송환을 둘러싸고 북한과 지루하게 협상해야 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악재이다. 반면 이라크로서는 이번 사건을 미국과의 직접 협상용으로 삼거나 억류자를 조기 석방함으로써 서방에 제재해제를 위한 호의적 제스처로 이용할 「뜻밖의 호재」를 잡은 셈이다.
어쨌든 이 사건은 미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안보리에서 어렵사리 제재연장을 얻어냈지만 이라크 석유에 눈독 들이는 다른 서방국들에게 이라크와의 타협이란 선례가 될 수있다는 부담과 국내 여론을 의식,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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