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30대오빠부대」 수천명 괴성지르며 열광 끝나지 않은 전설. 18, 19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록그룹 딥 퍼플의 내한공연은 국내 하드록 팬들에게 가슴이 확 트이는 감동을 준 무대였다.
1970년대 전세계 록음악을 이끌었던 딥 퍼플은 과거의 영광이 결코 근거없는 허상이 아니었음을 실력으로 웅변했다. 『가장 파괴적이고 시끄럽다』고 기네스북에 오른 그들의 음악은 실은 컴퓨터보다 정교한 음악적 구조물이었다.
관객의(주최측 집계 18일 3천5백명, 19일 4천명)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정신 사납다』는 부모님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용돈을 아껴 청계천을 뒤져 찾아낸 딥 퍼플의 해적판을 끌어안고 잠들던 세대이다. 그들이 중형 승용차를 타고 6만원의 고액 입장권을 사들고 추억에 묻힌 광기를 확인하러 공연장을 찾았다.
현실과 추억의 괴리 때문인지, 혹은 쑥스러워서인지 처음에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관객들은 분위기가 익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HIGHWAY STAR」 「SMOKE ON THE WATER」가 터져나온 대미에 이르러서는 모두 의자에 올라서서 야광막대를 흔들고 괴성을 지르는 「늙은 오빠부대」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50세 전후의 이안 길란(보컬) 로저 글로버(베이스) 존 로드(키보드) 이언 페이스(드럼)등 멤버들은 나이에 걸맞게 배가 나왔지만 음악에서는 기름기를 찾을 수 없었다. 40세 절정기 스티브 모스(기타)가 펼치는 현란한 애드립의 가세는 그들의 음악에 젊은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안 길란은 『우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들의 내한공연은 이안 길란의 장담이 결코 희망사항에 머물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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