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진운과 서울대의 정향은 언제나 궤를 함께 해 왔고 새로운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민족의 장래와 유리될 수 없습니다. 한 세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서울대는 민족의 대학이라는 차원을 넘어 세계속의 대학으로 변신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물질주의에 휩쓸려 대학이 지금까지 사회의 가치와 규범교육을 소홀히 한채 시류에 안주하며 사회의 도덕적 정신적 구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오지 못했습니다. 공기와 해양과 토질이 오염되고 입학시험의 파행적 관행이 교육의 정도를 벗어나도 우리는 남의 탓만 하였고 도덕적으로 쇄락해가는 우리 사회를 대학은 외면했습니다. 대학은 이제 가치 지향적 관점에서 학문적 윤리와 사회적 덕성의 지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우리 대학이 추구해야 할 몇가지 교육의 정향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민족교육의 정향입니다. 어떠한 세계적 경쟁에서도 그 주체는 엄연히 단위국가나 민족입니다. 국적없는 교육은 역사적 표류일 뿐입니다. 자랑스런 민족의 문화적 전통을 승계하고 국학의 내실화를 다지는 일은 세계화의 과정에서 참된 자부심을 견지하며 변화를 합리적으로 수용하는 적응력의 원천이 됩니다.
둘째로는 인간교육의 정향입니다.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고결한 인성과 예절을 지키며 사회적 협력과 이타적 헌신을 다하는 덕성을 함양하는 것은 교육의 필지적인 목표입니다. 집단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통일조국에서 주체적 역할을 담당할 지도자를 길러내는 일 또한 온 겨레가 서울대에 부과한 책무입니다. 세번째로 국민 문화생활의 수준과 국제경쟁력의 제고에 앞장서는 일도 서울대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표준적 대중을 예정한 기계적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첨단의 통신, 정보혁명과 유전자를 포함한 생명과학에 동참하여 국민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국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총체적 교육체계, 소수가 아닌 다수의 정예화와 전국민의 상향평준화에도 서울대학교는 선도적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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