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운·오방국 예상밖 낮은지지/인플레·농촌정책 불만에 개혁불신 반영 중국의 95년도 정기국회인 8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회의가 폐막 하루를 앞둔 17일 의미심장한「사건」을 일으켰다. 전체대표 2천7백62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뤄진 부총리선출 표결에서 지도부가 지명한 후보자 2명이 선출되기는 했으나 반대·기권표가 예상외로 많이 나온 것이다.
표결에 부쳐진 2명의 부총리 후보중 장춘윈(강춘운) 전산둥(산동)성 서기는 63·44%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고 우방궈(오방국) 전상하이(상해)시 서기도 85·97%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이같은 표결결과가 나오자 대회장은 크게 술렁거렸다. 모두들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날 표결결과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반대·기권표가 예상보다 많았다는 사실은 현지도부의 정책노선과 경제실적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지난 10일 정부공작보고에서 리펑(이붕)총리는 지난 1년간 물가정책이 실패했음을 시인해야 할 정도로 인플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고조될대로 고조되었으며 그것이 이날 표결에 여실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농업문제를 전담하게 될 강에 대해 반대표가 많이 나온 것은 그간의 농촌정책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반증함과 동시에 60대인 강의 개혁 추진능력에 대한 불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신감의 배경을 살피기 위해서는 지난 1년간 14개 성·시·자치구에서 서기·성장등이 50대의 테크노크라트로 물갈이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반면 오에 대한 반대표가 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오가 장쩌민(강택민)국가주석이 이끄는 「상해방」의 핵심멤버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강의 권력기반 구축에 대한 거부감이 외부에서 판단하는 것처럼 그리 높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또한 덩샤오핑(등소평)이 위중한 가운데서도 대표들이 「정치」보다는 「민생」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징표이다.
이날 표결 결과는 「당이 결정하면 전인대는 손을 들고 정협은 박수를 친다」는 중국정치에 대한 풍자를 완전히 깨뜨리지는 않았지만 등이후를 짊어질 제3세대 지도부에게 전인대가 더 이상 「고무도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고하는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베이징=유동희 특파원>베이징=유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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