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인지의 발달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의 발견과 규명에 있다. 물리학의 발전은 물질의 구성인자인 분자, 원자, 양자, 중성자, 소립자등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또 만유인력의 법칙,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물체간의 보이지 않는 법칙을 규명하면서 가능했다. 화학은 엑스선이나 방사선, 생물학에서는 병원체인 미생물과 진화법칙, 지질학은 지진처럼 지각내부의 지질운동의 발견으로 각각 새로운 장을 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규명은 인문사회과학에서도 신기원을 이룩했다. 현대언어학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이론은 유한수의 문법규칙으로 무한수의 문장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언어능력을 규명한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비롯되어 현대철학의 중요한 지류를 형성하고 있는 일반언어철학은 인간이 언어를 가지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뜻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 명령과 같은 여러가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상품분석을 통해 애덤 스미스가 말한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다름아닌 이윤추구임을 지적했고 프로이트는 인간행동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분석했다. 스키너같은 극단적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가시적인 행동간의 인과관계만을 다룬데 반하여, 프로이트는 가시적 행동과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의식이나 무의식간의 관계를 규명하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의 눈은 어려서부터 사회적 규범이나 편견에 의해 일정한 것만을 보도록 훈련됐다. 그래서 틀에 맞지 않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거나 보고도 주목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과해 버린다. 그러나 그렇게 보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게 된다. 진실은 흔히 가려져 있고 스스로 드러나지 않으며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는 것은 확실한 것 같지만 실은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가려진 진실을 파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지의 발달도 뻔한 겉모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 뻔하지 않은 이면의 진실에 의한 것이다.<이효성 성균관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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