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하오 2시 봄빛이 완연한 일본의 국회의사당옆 헌정기념관. 우익단체 「종전50주년 국민위원회」주최의 「국회의 사죄·불전결의를 저지하는 긴급집회」가 열린 7백여석의 기념관 대강당은 몰려든 일본보수세력과 지지단체회원들로 순식간에 채워졌다. 대회장 주변에는 일본의 침략전쟁이 아시아제국을 독립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전형적인 군국주의 논리를 담은 비디오 테이프 「독립 아시아의 빛」이 불티나게 팔리고 『사죄결의 중지』 『부전결의 앞장서는 사회당은 해체하라』는 등의 구호가 귓전을 때렸다.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집회치고는 유례없이 보수색채가 강한 자민·신진당 소속의원 35명도 참석, 주최측의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집회의 압권은 대회에 앞서 가진 참석의원들의 기자회견이었다. 지난 88년 5월 전쟁망언으로 국토청장관에서 물러났던 오쿠노 세이스케(오야성량)자민당의원은 『일본은 과거 한국에 나무도 심고 대학도 세우는등 기여한 바가 많은데 한국이 이를 잊고 과거반성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은 국민성에 문제가 있기때문』이라며 또다시 망언을 했다. 그는 한국인의 국민성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한국인들은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암살한 안중근을 영웅시하지만 일본측 입장에서 보면 그는 일개 살인자에 지나지않는다』며 『양국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한다는 의미에서 국민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얼토당토않게 둘러댔다.
이날 집회에는 또 지난해 5월 『남경대학살은 날조됐다』는 망언으로 물러난 나가노 시게토(영야무문)전법무장관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것을 반성할 것이 아니라 전쟁에 진 것을 반성해야한다』 『태평양전쟁은 일본을 지키기위한 자위적인 수단이었다』는등 해괴한 논리들이 난무했다.
대회장 뒤뜰에 피어난 사쿠라 꽃마냥 제철을 만난 일본우익세력들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있는 이날 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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