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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수 늘리면 다 해결될까”(사법개혁 어떻게 해야하나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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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수 늘리면 다 해결될까”(사법개혁 어떻게 해야하나Ⅲ)

입력
199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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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직무영역확대·전문화 절실/비법조계 진출 정책배려·국제법률가도 키워야 정부가 사법개혁의 명분으로 던진 화두의 하나는 「사법개혁을 통한 국가경쟁력강화」이다.

 물론 이 문제는 총론적으로는 법조인력 증원,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도 개선등 사법개혁의 전체적 골격과 밀접히 연결돼 있으며 변호사문제가 논의의 핵심에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직역확대 ▲전문화 ▲법률시장 개방대책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론들에 대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해답은 「변호사수를 늘리면 된다」는 정도이다. 사법개혁 추진기관인 세계화추진위원회는 『법치주의를 정착시키려면 기본적으로 법 규범의 입안, 집행의 모든 과정에서 법률전문가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회 행정부에는 법률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발제했다. 정부는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돌입하면서 내치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제협상등 외치를 위해서도 법률가를 대량 「수혈」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않다. 정부는 81년에도 변호사의 직역확대를 내걸고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1백명에서 3백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사시제도가 시작된 63년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5천3백77명중 비법조계 종사자수는 1%가량인 58명 뿐이다. 그나마 행정부에는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법제처등을 모두 합쳐 10명에 불과하다.

 변호사들은 『행정부나 기업에 들어가도 법무관정도에 그치는데 누가 가려하겠느냐』고 말한다. 정부나 기업이 말로는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책적인 배려나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법원도 『법조인 증원논의와 맞물려 변호사들의 직역확대문제도 진지하게 거론돼야 한다』고 동의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의 감사직에 변호사를 고용하도록 규정한 일본처럼 법으로 강제하는 방법, 「정부변호사」를 별도로 선발하는 방안등도 거론되고 있다.

 변호사 전문화문제 역시「변호사수를 늘리고 로스쿨제를 도입하면 된다」는 막연한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법인을 육성해 변호사 전문화교육기관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자격증을 딴 뒤 일정기간 법무법인에서 실무경험을 쌓아 전문영역을 개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대학과 법조계간의 벽을 허물어 상호교류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WTO체제 가동으로 법률시장 개방문제도 발등의 불이 됐다. 미국등은 『국내변호사 고용이나 공동경영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조계는 시장이 개방되면 엄청난 조직력 자금력 경영기법으로 무장한 미국등의 대형 법률사무소들이 국내변호사를 영입, 우리 사법제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는 미국계 법률회사 「베이커&메켄지」가 최정상급 업체로 부상한 대만과, 법률시장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준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 들며 법조인력 증원등 사법제도의 골격을 다시 세워 시장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태희 기자>

◎나의 견해/“개혁주체 법조계도 포함시키고 모든 제도·관행 대상 삼아야”/이재후 변호사

 국가 사법작용에 참여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등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법치주의와 사회정의 실현을 임무로 한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없이 진정한 선진사회를 이룰 수 없다.

 변호사계는 최근 몇달동안 대표적인 불신과 개혁의 대상으로 언론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소수의 독점에 따른 특권의식, 과다한 보수, 부당한 전관예우등으로 국민이 원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계에 왜 문제가 없겠는가.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세계화 선진화를 위한 개혁의 대상이듯 변호사계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변호사계에 대한 비난은 근대사법 1백주년을 맞는 시점에 오늘의 문제를 숨김없이 끌어내 내일을 위한 개혁을 시작해야 할 때임을 일깨우는 지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제도개혁은 올바른 현실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호사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많은 변호사들이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일부언론의 변호사 숫자나 보수등에 관한 과장 또는 허위사실로 포장된 일방적 기사들이 자칫 근거없는 불신을 조장, 개혁 방향을 오도하고 있는듯해 매우 우려된다.

 올바르고 실효성있는 변호사계 개혁을 위해서는 첫째, 진정한 법치주의 실현을 목표로 법학교육을 비롯해 법조계 전체의 제도와 관행을 개혁하는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개혁 논의에는 법조계밖의 의견도 수렴되어야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가 장래를 내다보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시간에 쫓기듯 여론을 무마하거나 영합하는 졸속개혁이 돼서는 안된다.

 세째,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고도의 전문지식과 직업윤리를 겸비한 양질의 변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면서 적정한 수요를 예측, 점진적으로 숫자를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네째, 변호사계는 자체적으로 직업윤리의 강화와 합리적 보수체계를 확립하는 방안등을 적극 강구해 강력한 자율권을 바탕으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

◎전관예우/“고액수임료 부채질” 비난 여론속 관행 일부시인/법조,판·검사 퇴직직전 근무지 개업금지 등 추진

 「전관예우」는 흔히 우리 법조계의 고질적 비리를 상징하면서 이 그릇된 관행을 없애는 것이 사법개혁의 요체인 것처럼 부각된다.

 전관예우는 『법원 검찰이 은밀한 곳에서 사법질서를 해치는 파렴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법조계가 사법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정부와 법학계등의 개혁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개업한 판검사출신 변호사는 판사출신 41명, 검사출신 45명이다. 이들 모두가 전체 변호사 2천8백52명중 실제로 전관예우를 받아 구속적부심 보석신청등에서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몇몇 변호사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사건을 많이 수임하고 성공률도 크게 높은 것은 확인된다.

 지난해 개업한 모 형사법원 부장판사출신 변호사는 구속적부심 23건 신청에 20건, 보석 29건 신청에 28건을 성공시켜 90% 가 훨씬 넘는 성공률을 보였다. 모든 변호사가 이런 정도의 성공률을 보인다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거의 없고 구치소는 텅텅 비게 될 것이다. 이 변호사에게 의뢰인이 계속 몰릴 것은 당연하다. 형사사건 피고인들은 특히 담당재판부가 속한 법원의 법원장이나 부장판사직등에서 갓 퇴직한 변호사를 애써 찾아 거액의 보수를 부담하면서도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신청으로 피고인을 풀려나게 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따라 「개업 1∼2년안에 평생 먹고 살 돈을 벌고, 또 벌어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전관예우 관행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이들은 『재판자체에서 전관예우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불과 며칠전까지 함께 일하던 선배 변호사가 보석신청등을 할 경우 아무래도 「선처」하는 쪽으로 배려를 하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관행에 비춰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한다. 법원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고위직 전관 변호사가 부탁하면 가벼운 사건의 경우 가능하면 기소유예하거나 약식기소등으로 배려하는 경우가 있으나 법원쪽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관예우를 받은 변호사들은 재조 선후배들에게 가끔 식사를 대접하거나, 과거에는 판사실 사환에게 이른바 「주스값」명목으로 몇십만원 정도를 맡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관계자들은 『전관예우가 마치 엄청난 비리이거나 사법개혁의 핵심과제인 것처럼 부각시키는 것은 법원과 검찰의 자율개혁 역량을 부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왜곡』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은 전관변호사에게 사건의뢰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이른바 「연줄」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이에따라 사건의뢰를 많이 받는 전관 변호사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건을 선별하기 때문에 성공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관들은 『전관 변호사라도 법률적으로 무리가 없는 사건일 경우 약간의 배려를 할 뿐, 법관이 자의적으로 전관예우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전관예우가 논란이 되는 것은 전관예우를 받는 판검사출신 변호사들에 비해 불리한 비재조출신 변호사들의 불만이 높은 데 기인한다. 변호사들간의 공정한 경쟁에 관한 문제라는 얘기다. 그러나 전관예우 관행이 변호사 수임료를 높이는 악영향을 미쳐 결국 법률소비자등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틀림없다. 대법원과 변협도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판검사들이 퇴직직전 근무지에서는 일정기간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전관예우 문제를 타율적인 사법개혁의 빌미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릇된 관행을 적극 타파하지 못한 법조인들도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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