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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우리여건에 안맞다/박찬운 변호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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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우리여건에 안맞다/박찬운 변호사(특별기고)

입력
199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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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법학교육이 파행적이기 때문에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법조양성방법의 개혁=로스쿨 설치」라는 식의 최근의 논의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법조양성방법의 개혁이 로스쿨 설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며, 로스쿨 자체도 우리의 여건상 채택하기 어려운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 첫째, 로스쿨안은 불가피하게 전국적으로 로스쿨을 몇 곳밖에 설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 따라,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가 문제다. 로스쿨을 설치할 수 있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의 갈등및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의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로스쿨을 지방에도 설치하는 경우 시설및 교수진 확보가 가능할 것인가 등도 심각한 문제다.

 둘째, 로스쿨의 교수진에는 실무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하여 법률실무가가 절반가량은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현재의 법학교수들의 「처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대두할 것이다.

 셋째, 현재의 법과대학의 처리문제도 난제다. 일부 교수들은 법과대학을 존속시킨 상태에서도 로스쿨의 도입은 가능하다고 하나, 현재의 법과대학의 비정상적 교육분위기는 그대로 둔채 로스쿨만 신설하는 꼴이 된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 법대교수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미봉책에 다름아니다.

 넷째, 미국에서 로스쿨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판례법체계이므로 교육기간이 대륙법계보다 비교적 짧을 수 있고, 전통적으로 도제제도의 관습이 있어 로스쿨 수료후 선배 법조인에게서 본격적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제제도의 전통이 없을뿐만 아니라 4년의 학부과정과 2년의 사법연수원 과정으로도 제대로 된 실무가를 양성하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3년의 교육으로 이를 능가하는 교육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로스쿨을 도입한다고 해서 우리의 법률문화가 당장 미국식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섯째, 로스쿨안은 WTO체제의 서비스부문개방과 관련하여 97년이후 예상되는 교육시장의 개방에서 미국 로스쿨의 국내상륙을 염두에 두었는지 의문이다. 법조양성의 방법, 그중에서도 법학교육의 방법이 미국과 유사하게 되면 미국 로스쿨의 국내진출은 그만큼 쉬워진다. 이는 법률시장 개방문제로 발전하여 국내법률시장이 미국에 종속되는 사태로 발전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법체제 일각이 미국에 종속되는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섯째,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대학전체가 로스쿨입학을 위한 고시학원으로 변할 것이 우려된다. 지금처럼 법과대학생과 일부 비(비)법학도뿐 아니라, 학부재학생 상당수가 로스쿨 입학시험에 매달려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로스쿨제도는 전세계적으로 미국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미국 특유의 제도다. 따라서 법률문화가 상이한 우리가 도입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를 1, 2년 내에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그렇다면 법조양성방법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현 제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내용을 대폭 정비하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을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무분별한 응시생 증가를 막기 위해 응시자격 및 응시횟수의 제한,적정수로의 법대정원 감축및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교육연한 연장, 법대교육에의 법률실무가 대거참여, 국제화 전문화 추세에 따른 사법시험 과목 및 시험운용 개선, 구체적 법률수요에 맞춘 합격자의 탄력적 증원등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이같은 개선방안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하루아침에 국가의 기틀인 사법제도의 중요부분을 바꾸겠다는 발상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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