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2천여명 거쳐가며 “경쟁과 협력”/대기업 기조실 등 장악… 중기참여도 늘어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정보인력들간의 경쟁은 알고보면 동문들간의 전쟁이다. 정보화시대의 첨병으로 불리는 기업정보맨들은 대부분 국내 유일의 기업정보요원 양성코스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들을 한데 묶는 학연은 정보전략연구소(소장 윤은기)가 운영하는 「산업정보학교」.
지난 84년에 개설돼 분기별로 50명씩 교육받는데 기수가 57기에 이르렀다. 11년동안 배출한 수료자는 2천여명. 이들은 이미 대기업의 정보팀과 기조실을 장악하고 있다.
산업정보학교는 1주일기간의 단기과정이지만 정보맨에게 필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데는 손색이 없다. 정보의 기획·수집, 정보의 분석·평가 및 관리, 정보활용과 전략정보시스템(SIS), 기술정보의 활용법, 산업스파이 보안대책등 다양한 과목을 접하면서 정보맨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정보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정보입문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특히 이 과정을 이수하고 정보일선에서 뛰는 「선배」들의 사례발표가 업무에 가장 보탬이 되고 있다. 이번 57기에서는 삼성의 임원, 두산 코오롱의 간부등 대기업 정보팀 실무책임자들이 나와 실제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산업정보학교의 장점은 수료후에 더욱 힘을 발휘한다. 동문모임이라는 하나의 큰 정보문화권에 소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수별 모임이나 업종별 모임등 여러 갈래 채널을 통해 정보교환이 가능한 것이다. 학연을 고리로 경쟁과 협력을 주고받는 하나의 큰 인맥을 형성한 셈이다.
최근 이 과정을 이수한 H보험의 김모씨(25·여)는 『정보업무를 하려면 인맥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기적인 동기모임을 통해 업계동향등 전반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정보학교가 국내유일의 정보인력 양성코스인 탓에 지금까지 수료현황만으로도 기업별 정보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수료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1백41명의 삼성이다. 정보력에서는 선두로 공인받는 그룹이어서 당연한 결과로 설명된다. 1백18명의 LG, 1백6명의 현대, 80명의 선경, 62명의 대우가 그뒤를 이었다. 특히 현대그룹은 최근 대폭증가세를 보여 관심을 끈다.
건설 중공업등 굵직한 사업들에 치중해 정보활동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현대가 최근 정보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두산(50명)과 코오롱(49명)이 최근 정보력이 급상승한 것도 이수자들의 활약덕분이라고 관계자들이 밝혔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중소기업의 참여가 늘고있는 것도 하나의 추세다.
이미 이수자들이 많은 대기업은 「신참」들의 교육과정으로 이용하는 대신 국영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57기에는 한국이동통신에서 9명, 한전기공에서 4명이 참가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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