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제도내서 문제점 개선하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제도내서 문제점 개선하자”

입력
1995.03.17 00:00
0 0

◎사법개혁 어떻게 해야하나Ⅱ­법학교육·사시/「로스쿨」 교수확보등 난제많아/무작정모방 더큰 부작용 우려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도 개혁논의의 핵심쟁점은 「미국식 법조인력 양성제도가 우리 실정에 비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것이다.

 법조계의 대다수 인사들과 법학계 일부에서는 우리 법학교육의 파행성과 사법시험제도의 단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고, 외국의 제도를 무작정 모방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다.

 반대론은 특히 로스쿨제와 변호사자격시험을 도입할 경우 학부와 법과대학원이 이중으로 고시학원화 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일류 로스쿨의 경우 연간 2만달러(약 1천6백만원)를 넘는 엄청난 교육비용으로 인해 로스쿨이 재력가 자녀들의 전유물이 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또 당장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담당할 교수진을 확보하기 어렵고, 도서관 전산실등 물적기반이 전혀 조성돼 있지 않으며, 전국의 84개 대학법학과중 사시합격자가 많은 4∼5개 대학만 로스쿨로 승격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등을 지적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교수를 역임한 서정우변호사는 『당장 학계에서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하고 로스쿨에서 강의할 수 있는 교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법조계에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법대 이상면교수도 최근 논문에서 『미국의 로스쿨제도는 우리에게 생소한 「도제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우리의 토양에 정착시키는 것이 그토록 힘들듯이 법률체계와 전통이 판이하게 다른 미국의 사법제도가 과연 맹목적으로 모방할 만큼 좋은 것인가』라고 회의론을 피력했다.

 대법원과 대한변협은 로스쿨제와 변호사시험제도의 도입에 대해 당초 강력한 반대론쪽에 섰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내부에서「로스쿨제도 수용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태도변화의 배경이 주목된다. 법조계는 ▲법대 커리큘럼의 개정 ▲영세법학과 통폐합 ▲법률실무가들의 법대교육 참여 ▲사법시험응시자격 제한 ▲사법시험출제방식 개선등 현행 제도안에서의 개혁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제도의 장단점에 관한 진지한 논쟁이 본격화하기에 앞서 주요 대학들이 갑자기 앞다퉈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발표하고 나서 대세가 기운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연세대는 13일 법대학부과정을 폐지하고 3년제 법과대학원 체제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고려대도 4년제 학부는 그대로 두고 법률실무교육을 위해 2년과정의 법학대학원을 설치하는 「법대 6년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등도 잇따라 로스쿨 설치를 선언했고, 서울대는 로스쿨제와 6년제안을 놓고 선택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주요대학의 움직임은 로스쿨 설치와 변호사자격시험 도입을 골격으로 정부의 개혁구상이 기정사실이 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박정철 기자>

◎미「로스쿨」제도 허와실/긍정론/우수한 실무능력·학교교육 정상화/국제경쟁력 세계최고 변호사 양성/부정론/인성은 뒷전 「소송기술자」만 길러내/막대한 교육비… 「브로커」 함께 배출

 로스쿨(LAW SCHOOL)은 미국에서 20세기초 정착된 법학교육제도로 법학자의 양성보다 법률실무가를 키우는 전문직업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학생들은 학부에서 다양한 학문을 배운뒤 로스쿨에서 법률실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강의는 판례이론체계에 따라 편집한 케이스북을 가지고 문답식(SOCRATIC METHOD)으로 진행된다. 로스쿨 졸업자들은 대부분 변호사시험에 합격, 법률회사등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는다.

 미국의 로스쿨제도에 대한 평가는 명암이 뚜렷하게 갈린다. 「국제경쟁력 1위의 변호사를 길러내는 우수한 교육제도」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상업적 성공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변호사를 양성하는 제도」라는 부정적 평가가 병존한다.

 로스쿨에서 배출된 변호사들은 행정부 기업 사회봉사기관등에서 미국을 법치주의국가로 이끌었지만, 동시에 미국을 「소송천국」으로 만든 장본인인 이른바 「브로커 변호사」들도 이곳에서 양성됐다.

 로스쿨의 강점은 완벽한 교육시설과 수준높은 교수진이 판례와 소송실무등을 집중교육, 유능한 변호사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학교성적과 교수의 추천서가 취업에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에 변호사시험준비로 법학교육이 왜곡될 염려는 없다.

 그러나 미국 로스쿨의 교육은 지나치게 실용적이고 기술적이어서 인격과 덕망을 갖춘 법조인을 길러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많다. 법의 원리나 정의론에 대한 깊은 연구없이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소송기술」만 가르친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쿨을 나온 국내변호사들은 『미국변호사들에게 「공인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민간교육기관에서 비싼 교육비를 내고 자격증을 딴 미국변호사들을 움직이는 것은 「의뢰인의 이익과 돈」이지, 사법정의 실현등 공익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없다. 독일은 71년부터 7개주의 8개 대학에 실험적으로 로스쿨을 설치했다가 13년만에 폐지했다. 교육효과는 낮은데 비해 교육비용은 3배이상 증가했으며 학생들은 국가고시대신 학교시험준비에만 매달려 인성교육에도 실패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예일대 로스쿨출신 신희택변호사는 『로스쿨제도는 무한 경쟁사회인 미국특유의 사회 문화적 토양의 산물로 우리 사회에 적용하려면 장단점과 우리의 여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현상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