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학교육이 새로운 도전과 시련에 봉착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법조진입 장벽과 파행적인 법학교육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마다 전국 70여개 법학과에서 7천여명의 법학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정작 졸업과 함께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숫자는 1%미만이다. 나머지 2백여명의 사법시험합격자는 법과대학 졸업후 상당기간의 사법시험 준비생이라는 「낭인」생활을 거쳐 겨우 합격의 영광을 안고 있다. 이러한 소모적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길은 전문적인 법률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법조실무교육을 대학교육에 편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과대학원(로스쿨)으로 법학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법과대학원 졸업생에 한해 변호사자격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법과대학원의 형태와 교육연한및 수용규모에 관해서는 몇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 있으나, 다원화 사회의 다양한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요구를 실질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 단순한 법조인력의 확대가 아니라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안은 4년제 법과대학을 그대로 두고 2년정도의 법과대학원 졸업생에 한해 변호사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법과대학 교육연한을 연장하는 것일뿐 근본적인 법학교육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두번째 방안은 기존 법과대학을 폐지하고 3년제 법과대학원에서 법학교육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식 로스쿨에 유사한 방안으로 새로운 법률문화 창달과 법학교육의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긍정적 방안이다. 물론 이 방안은 법학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다는 점에서 제도개혁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
두가지 방안을 절충한 현실적 대안은 법과대학의 학부과정은 그대로 두면서 3년제 법과대학원과정을 설치, 이 대학원 졸업자에 한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법과대학원은 새로운 대학을 설립할 때와 마찬가지로 설치기준과 교수확보 정도등을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 심사, 한정적으로 허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법과대학원을 설치한 대학에서는 학부과정의 법과대학은 폐지해야 한다. 기존 법과대학과 신설될 법과대학원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다. 이 방안을 따른다면 전국적으로 정원 2백명 정도의 법과대학원을 10개 가량 설치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법과대학원은 법과대학 졸업생뿐 아니라 이공계등 모든 학부졸업생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다만 법과대학생들도 원하는 부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비법과졸업생들도 학부과정에서 법과대학의 기본과목정도는 부전공으로 이수하고 법과대학원에 입학하도록 해야 한다. 법과대학 졸업생과 비법과 졸업생의 입학비율은 동일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법과대학원의 지역별 안배문제는 서울의 경우 자유경쟁의 원리에 입각, 제한을 두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은 고등법원 소재지마다 3∼4개정도의 법과대학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정지역의 대학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연합해 법과대학원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국립과 사립대학이 병존하고 대학간 이해가 달라 실현되기 어렵다. 따라서 지방에는 국립 법과대학원을 설치하는 것이 지방화시대의 논리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지방대학의 졸업생들이 법과대학원에 진학, 지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년간 지연된 법학교육과 법조인충원제도의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4월중에 법과대학원 설치안을 확정, 당장 내년부터 입학생을 뽑도록 해야 한다. 개혁에 수반될 문제때문에 적폐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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