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극적타결이후 정국전망/여,후유증·여론부담 양보/지자제 문제 개선 성과도 정국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급전했다. 여권의 기초단체선거 공천배제주장으로 초래된 정국긴장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14일 완전 해소됐다. 민자당이 민주당의 막판 강공드라이브에 밀려 사실상 「백기」를 들고 여야 합의카드를 전격 선택한 것이다.
이로써 정국은 지자제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1라운드 힘겨루기를 마감하고 본무대인 선거국면으로 급선회하게 됐다. 또 여야도 3월하순부터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 공천작업등을 서두를 움직임이다.
민자당이 통합선거법 개정안을 다수파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던 강경입장에서 돌연 후퇴한 배경은 몇가지로 짐작할수 있다. 첫째는 시종 실력저지를 외치며 국회의장 공관까지 점거한 민주당의 방어벽을 뚫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설령 뚫는다고 해도 정국경색등 예상되는 후유증은 선거악재차원을 넘어 여권의 장기 정국스케줄을 뒤흔들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같다.
둘째는 선거법정국이 장기화함으로써 여론도 서서히 여권에 비판적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특히 『불과 1년전에 「정치개혁=통합선거법」을 등식화시켰던 여권이 선거가 임박해 법을 고치겠다는 것은 선거에 자신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주효하게 먹혀들었던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요인은 내부적으로 강행처리할수 있는 힘을 처음부터 축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몇몇 여권 실세그룹과 민주계 소장의원들이 주요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따라서 상당수 의원들은 당지도부의 주장에 냉소적이었고 심지어 국회의장단마저 시종 강행처리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 「머리만 있을 뿐 손과 발이 없는」 양상이 민자당을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여야합의를 놓고 『문제제기가 잘못된 것을 뒤늦게 깨달은 여권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높음에도 불구, 여권에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은 이런 까닭이다.
따라서 민자당이 이번 선거법논란과정에서 이춘구대표와 김덕룡(김덕룡)총장팀이 리더십의 혼선을 표출, 선거국면을 장악하는데 적잖은 문제를 드러낼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이기택총재의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어느때보다 일사불란한 체제로 당을 관리할수 있게돼 이후 여야관계의 저울추는 급속히 야당쪽으로 기울게 될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같이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은 판이하지만 여야가 격돌을 피하기 위해 막바지까지 노력을 계속한 것이나 특히 여권지도부가 당내비난을 무릅쓰면서 후퇴결정을 내린 것은 결코 과소평가할수 없는 대목이다. 또 이런 과정에서 지방행정계층구조의 문제점을 여야가 공동인식, 대책을 마련키로 한것과 광역의회에도 비례대표제를 도입, 지역당의 문제점을 일부나마 해결하기로 한 것등은 「벼랑끝 대화정치」의 성과라고도 할수 있다.
민자당이 지난달 14일 행정구역개편문제를 돌연 제기, 정국소용돌이를 일으킨지 정확히 한달만에 해소된 여야긴장의 뒤끝이 향후 어떤 파장으로 나타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