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주 사우스필드 교외에 거주하는 대학교수 부부가 경찰로부터 출두요청을 받았다. 주차위반이나 도서관 연체료 미납이 이유이거니 생각했던 부부는 자신들이 아동 도색사진 제작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경실색했다. 인근 현상소에 확대인화를 맡긴 아들의 「나체사진」이 화근이었다. 목욕을 막 마치고 속옷을 입고 있는 다섯살난 아들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자그마치 18년이나 묵은 것이었다. 교수부부는 장성한 아들을 「증거인」으로 제시하고서야 혐의를 풀 수 있었다. 뉴욕 아트 포토그래피 스쿨의 한 주부학생은 여섯살난 딸의 누드 사진을 현상소에 맡겼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수강과목의 과제물 제출을 위해 사진을 촬영했다가 현상소 직원의 신고로 봉변을 당한 것이다.
80년대 미국사회에 범람했던 아동도색 사진은 단속기관의 저인망식 색출노력으로 거의 근절됐다. 법은 아동도색 사진을 소유하거나 제작할 경우 최고 10년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상소 직원은 수상한 사진을 발견하면 즉시 관계당국에 신고하게 돼 있다. 위의 두 해프닝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사진뿐 아니다. 미국사회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적 표현은, 그것이 언어든 몸짓이든 금기사항이다. 아동과 성은 양립할 수 없는 단어가 된지 오래다. 부모 자식간의 일도 굳이 시비거리로 만들려든다면 얼마든지 얽어맬 수 있다.
일종의 정서불안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한 국민학생 딸이 어릴적 아버지의 성적 학대를 증언했다. 대기업의 중역인 아버지는 천신만고끝에 딸의 기억이 정신과의사의 교묘한 유도와 암시에 의한 것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가정은 이미 금이 갔고 명예는 진흙탕속에 처박혔다.
한국식으로 옆집 꼬마에게 『이놈, 고추 하나 따먹자』고 했다간 수갑차기 딱 좋은게 미국이다. 동네 사진관마다 걸려 있던, 아랫도리를 드러낸 돌배기 모습을 정겹게 기억하는 것도 범죄본능으로 「분석」될지 모르겠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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