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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자” 미 공립교로 확산/부유층 청소년노린 범죄예방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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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자” 미 공립교로 확산/부유층 청소년노린 범죄예방 도움

입력
1995.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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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볼티모어 첫도입후 전국번져 몇해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사립학교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에서 교복을 입는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약 폭력 빈곤등 사회문제의 영향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교육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교복을 채택하는 학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복확산의 진원지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이곳에서는 학교마다 가지 각색의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것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청색계통의 바지나 스커트에 흰색 셔츠나 블라우스 등 간편하고 검소한 복장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교복이다. 시교육청은 현재 볼티모어 1백21개 국민학교 가운데 교복을 채택한 학교가 1백개를 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에는 핌리코중학교등 2개의 중학교도 교복을 채택, 상급학교까지 교복채택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볼티모어시에 교복이 처음 등장한 것은 87년의 일이다. 가죽코트나 고가운동화를 노리거나 마약과 관련된 청소년 살인 사건이 그 전해에 6건이나 일어나는 등 청소년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이에 시민운동가와 사회·종교단체등이 중심이 돼 교복채택운동을 벌인 끝에 체리힐 국민학교가 그해 3월에 학부모 투표를 실시, 83%의 찬성을 얻음으로써 미국최초로 공립학교에서 교복을 채택한 학교가 됐다.

 물론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 주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소득 흑인 밀집지역이라는 지역특성상 평소에도 자녀들의 안전에 불안감이 많았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복채택을 환영하고 나섰다. 같은 해 말까지 2개 학교가 더 동참했고 다음해에는 20여개 학교에서 교복을 채택하는등 호응이 확산됐다. 마셜 로열 국민―중학교 학부모 교사협의회 회장인 로메인 보비트씨는 『교복은 부유한 학생들을 노리는 범죄예방과 함께 학생들이 외모보다 내면에 신경을 쓸 수 있게 해주는등 장점이 많다』면서 『30달러면 교복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도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사회단체 및 기업들의 후원도 크게 도움이 됐다. 시행 첫해에 「아벨기금」이라는 사회단체가 19만달러의 기금을 대준 것을 비롯, 학교마다 교복구입능력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설치된 교복기금에 성금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인 의류메이커 런던포그사는 「지 앤드 지」교복회사 등 이 지역 소규모 교복공장에 기계와 교복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교장이나 교사들도 열성이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입는 교복과 같은 색깔, 디자인의 검소한 옷을 입고 있는 교장 교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과 똑같은 감청색 투피스를 입고 매일 출근하는 브렘스 국민학교의 클로디아 브라운 교장은 『교복 입은 학생들이 참가하는 합창대회나 디스코 경연대회를 여는 등 다양한 동기부여를 통해 교복착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따져본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들레드 몬로 국민학교의 제니스 로란브로크교장은 『교복은 학생들의 폭력성향을 감소시키고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길러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체리힐 국민학교 교장 스몰우드씨도 『지난해 평균 출석률이 96.5%였고 모든 학년이 각과목에서 주 평균성적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고 응답했다.

 교복착용은 이제 서서히 미국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의회는 지난달 공립학교가 학생들에게 교복착용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8월 통과됐다. 이 법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카운티는 미국최초로 공립학교학생들이 8학년(중학교과정)까지 교복을 입도록 의무화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의 경우는 89년부터 교복을 채택한 학교가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 약 40여개 학교가 교복을 채택했다.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교복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강력히」 권장하는 것은 헌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학생들의 자유만을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된 미국 교육의 현주소는 교복채택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람을 늘게 만들고 있다.<볼티모어=김준형 특파원>

◎볼티모어 중학교 첫교복채택 「핌리코」/흰색상의·감청색하의 절반이 착용/출석률 높아지고 징계감소 효과도

 볼티모어시 서북쪽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핌리코중학교는 이 도시 중학교가운데 최초로 지난해부터 교복을 채택했다. 이 학교는 흰색 셔츠나 블라우스에 감청색 바지나 스커트를 입도록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도심지 학교가 대부분 그렇듯이 복도 양편으로 교실이 있는 복식건물인데다 블록벽에 미장공사를 하지 않고 바로 페인트칠을 한 탓에 다소 음침한 느낌을 줬지만 학생들은 청소년답게 밝고 활기찼다.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일렬로 우측통행을 하는 모습은 여느 미국학교와는 다른 독특한 광경이었다.

 점차 교복을 입는 학생수가 늘고는 있지만 전체학생 9백16명가운데 교복을 매일 입는 학생은 아직까지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라는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복도에서 만난 태번 스토그군(8학년)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교복을 입는게 편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하지만 두명의 동생중 한명은 교복입기를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자신도 교복과 똑같은 천으로 만든 흰색 와이셔츠와 감청색 바지를 매일 입고 다니는 로이 포프교장은 『교복을 채택하게 된 중요한 동기는 안전이지만 빈부격차에서 오는 무의식적인 차별의 해소도 큰 효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학부모 95%의 찬성으로 교복이 도입된 뒤 한해동안 이 학교에서 유기정학처분을 받은 학생은 7명, 무기정학은 1명으로 평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또 평균출석률은 89.9%에서 93.2%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학교측은 교복채택 1년간의 결과를 토대로 불편한 점에 대한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스웨터와 겨울용 외투를 추가로 교복으로 지정,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포프교장은 『어른들 가운데는 무엇이 필요하고 옳은 일인지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말할 의욕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중고등학교까지 모두 교복을 입도록 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공립학교 교복컨설팅」 대표 레이 베네트씨/기자직 그만두고 일선학교 돌며 교복입기 설득

 「공립학교 교복컨설팅」대표 레이 베네트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공립학교 교복도입에 관해 자문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다.

 87년 볼티모어 지역방송사인 「WBAL」의 교육담당기자로 교육환경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종교·사회단체 학교 기업등을 설득해 볼티모어시 공립학교에 교복을 도입하는데 앞장섰다.

 직접 설문지를 작성, 교복제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그는 조사대상 3천5백명가운데 교복채택이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거의 1백%에 달하는 것을 보고 몇몇 국민학교 교장들을 만나 교복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처음에는 기자로서 이 제도의 장점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데만 관여할 생각이었는데 갈수록 이 문제에 몰두하게 되고 문의하는 사람도 많아져 결국 방송사도 퇴직했다』고 자신이 교복도입에 발벗고 나서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명목상 유료자문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 베네트씨가 하는 일은 자원봉사나 마찬가지라는게 시교육청관계자의 귀띔이다.

 베네트씨는 『아무래도 교복채택이 쉬운 국민학교에서 시작, 그 학생들이 중고등학교로 진학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복을 확산시키는 것이 제일 좋은 방안』이라고 말하고 『범죄와 유해환경이 많은 도시지역의 학교와 교육위원회관계자, 학부모로부터 교복에 관해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전국적으로 교복이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또 『부유한 지역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유, 개성을 더 강조할지 모르지만 도심지역 학교의 교육환경은 아이들의 안전자체를 위협할만큼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교복을 의무화하고 보석등 값비싼 장신구를 착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볼티모어=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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