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배제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끝에 야당이 국회의장공관등에서 농성을 하고 경찰이 농성중인 야당의원들을 강제해산시키기에 이른 것은 전근대적인 한국정치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여야가 정치로서가 아닌 힘겨루기로 질주하다가 경찰력의 개입을 자초한 셈이다. 야당의 의장공관 농성, 경찰력개입등은 모두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야말로 여야 정치권이 국민적 여망에 따라 대화와 협상으로 교착정국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여야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모든 국민이 공천배제문제를 힘겨루기식이 아닌 타협에 의해 절충할 것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여야의원 상당수도 당이 최대한 협상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야지도부는 이같은 협상에 대한 기대의 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경찰이 투입되기 전까지 여야는 본격적인 협상을 하지도 못했다. 각기 타협안과 수정안만을 제시한채 농성해제와 협상의 선후문제로 버티다 끝낸 것이다. 이제 농성이 해제된 만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제기된 여당의 타협안은 인구30만∼50만이상 시와 행정구가 있는 모든 대도시이상만을 당공천하자는 것이고 야당의 수정안은 기초의원선거만 공천배제하자는 이른바 반공천방식이었다. 상대방 안에 대해 야당은 우열시로 갈리어 배제된 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고 여당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을 정도다.
이제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어느 것이 한국적 상황에서 기초지방자치를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 절충해야 할것이다.
실제 협상할 시간도 많지 않다. 여는 협상을 시도하되 실패할 경우 금명간 국회서 강행통과시킬 방침이고, 야는 모든 수단을 다해 저지할 태세여서 정가는 긴장과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치를 망치고 국회를 뒤흔들고 나아가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는 극한대결만은 피해야 한다.
여야간 협상은 3역회담이든 총장·총무간회담이든간에 최대한 진행시키되 끝내 절충이 안될 경우 김영삼대통령귀국후 여야영수회담에서 대타협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올들어 각기 전당대회를 열어 체제를 정비했고 특히 민주당은 단일지도체제의 총재체제로 출발한만큼 영수대좌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온국민이 여야의 대화를 지켜보고있다. 물론 협상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직 국민의 입장에서 지방자치를 정착시키려 한다면 합의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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