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 부활움직임과 영합/“자국저력 재평가” 메시지 일본 소설가들이 역사를 고쳐 쓰고 있다. 군국주의 군대를 부활시켜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는 내용을 다룬 가상 역사소설이 일본 서점가에 계속 선보이고 있다. 전황도와 폭격 삽화를 곁들여 흥미위주로 쓴 이 소설들은 고미카와 준페이(오미천순평)의 「인간의 조건」이나 오오카 쇼헤이(대강승평)가 쓴 「야화」등 전후파 작가들이 다루었던 반전소설과는 달리 「일본의 저력을 재평가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 히야마 요시아키(영산길소)가 시리즈로 쓰고 있는 「대역전」(대역전·광문사 간)은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의 비행기에 격침된 대전함 야마토마루(대화환)가 그 재난을 가까스로 벗어나 미 해군을 대파하는 것을 줄거리로 한 가상소설이다. 이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미국 본토에서의 결전」(광문사 간)은 일본군대가 미국 워싱턴주에 상륙, 침공을 감행하고 캘리포니아에 억류돼 있던 일본계 미국인들을 해방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지난해 14편까지 나온 아라마키 요시오(황권의웅)의 인기연작소설 「감벽의 함대」(감벽의 함대·덕간서점 간)에서는 1941년 미국 진주만 공습을 계획하고 함대를 총지휘한 야마모토 이소로쿠(산본오십륙)가 부활해 맹활약한다. 42년 미드웨이해전에서 패한 뒤 1년만에 미국 전투기에 격추당해 사망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이 소설에서 과거의 패배가 지나친 국수주의 때문이라고 「반성」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전쟁을 지휘한다. 소설에서 일본군은 실제 태평양전쟁 때보다 훨씬 우수한 전력을 갖춰 기습이 아닌 정식 선전포고를 통해 하와이를 미국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방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독립을 되찾아 주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 첫 권에서 일본총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도조 히테키(동조영기)내각과는 달리 『우리의 동화정책은 잘못됐다. 아시아 다른 국가들도 평등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군국주의가 부활하면서 과거 전쟁의 승패가 뒤바뀌는 현대사 왜곡이 일본에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왕에 일본에서 나온 만화책이나 비디오게임등이 비슷한 내용을 다뤘던 적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조차 전쟁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다루지 않는 실정에서 전쟁의 실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들이 주로 이런 소설들을 읽는 것에 대해 일본 출판계는 『태평양전쟁을 보는 시각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최재철(일어학)교수는 『역사소설은 객관적인 사실과 합리적 미래전망에 바탕해야 한다』며 『저급한 집단의식에 부합하는 소설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 주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