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환경재해로 꼽히는 일본의 이타이이타이병은 우리와 상관없는「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경기 광명시 가학동 주민들은 폐광석더미에서 나오는 중금속의 오염지대 한복판에 있었다. 20여년전 문닫은 폐광에서 장기간 흘러나온 카드뮴등 중금속 성분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땅에서 자라는 농작물과 가축에도 스며들고, 결국에는 주민들에게 이타이이타이병의 그림자를 의식케하는 위협을 던져주고 있다.
이미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사실을 알고도 은폐의 그늘아래 대책을 세우지 않은 환경당국의 무사안일, 당장 인체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주민들의 환경오염에 대한 무의식·무감각이 「한국판 이타이이타이」병을 예고하는 듯한 느낌이다.
환경학계는 문제의 폐광이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 된 일본탄광과 동일한 아연광산이라는 것과 유독성중금속을 다량 함유한 광석가루들이 당국의 방치속에 장기간 하천과 농경지에 흘러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카드뮴은 동식물을 통해 장기간 몸속에 농축되면 수십년후까지 중독증세가 나타난다.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한 학계의 인체피해조사에서도 일부주민들은 어지럼증과 쉽게 피로를 느끼는등의 증세를 호소했다. 환경부도 92년 이 일대 농경지와 지하수의 카드뮴등 중금속오염사실을 확인했고 쌀과 채소류에서도 카드뮴이 위험수위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중금속이 함유된 30만톤의 폐광석가루더미를 20년간이나 치우지 않았다. 주민들도 땅값하락과 농산물 판로중단을 우려, 오염피해를 드러내놓지 않았다. 오염의 실상과 위협은 긴세월 은폐되어온 셈이다.
『어디 여기 광명뿐이겠습니까. 강원도 산골 탄광지대에는 이보다 더한 산더미같은 폐광석더미가 지천에 널려있는데…』 광명시청 관계자가 내뱉듯 던진 말은 당국의 무책임한 폐광관리와 환경오염대책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었다. 일본이 세계적인 수치로 생각하는 이타이이타이병은 언제 어디서 우리현실에 악몽의 그림자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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