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개정으로 자민·공산당에 밀릴판/“살아남기” 개혁파연합 사전정지 성격도 러시아 최대 개혁정당인 「비보르 로시야」(러시아선택)당이 보리스 옐친대통령과 결별을 선언, 정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올 연말 총선과 내년 6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 사태는 정계개편의 촉매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러시아선택당은 예고르 가이다르당수를 비롯, 대부분 친옐친 개혁파인사들이 만든 정당으로 지난 93년 총선에서 옐친의 후원하에 선거를 치르는 등 그동안 「여당」이란 말을 들어왔다. 특히 옐친의 재임초기 총리(대행)를 역임한 가이다르는 93년 의회유혈진압사태를 비롯, 정국의 주요 고비때마다 앞장서 옐친를 옹호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 러시아선택당이 옐친에게 등을 돌린 것은 첫째 체첸무력침공과 오스탄키노방송사장 피살사건 등으로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옐친을 계속 지지할 경우 차기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둘째 당내 주요 인사들이 옐친지지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탈당하겠다는 등 내분이 심화되고 있어 수습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셋째 향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범개혁세력들이 연합해야 하는데 야블린스키의 「야블로코 블록」과 표도로프의 「전진 러시아」등이 옐친과의 결별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넷째 옐친이 새로운 지지정당이나 정치단체 구성을 모색하고 있는데다 대통령과 의회선거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러시아선택당을 여당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옐친은 최근 구소련 페레스트로이카의 대부라고 불리는 야코블레프의 「사회민주당」창당대회에 필라토프비서실장을 보내 축하 메시지를 낭독토록 했으며 하원인 국가두마내에 2개의 친옐친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기도 했다.
옐친은 또 대통령 입후보 추천인수를 현 25만명에서 2백만명으로, 지역구 의원수를 3백석으로 늘리는 대신 정당비례대표 전국구 의원수를 1백50명으로 축소하는 등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차기대선에서 자유민주당의 지리노프스키와 공산당의 주가노프 등만이 옐친과 대결토록 해 이들이 「제살 깎기」식 싸움을 할 경우 옐친이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전략이다. 또한 무소속이 우세한 총선에서 지역구의원 숫자를 늘려 의회내의 특정 정당세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중포석이기도 하다.
선거법이 개정될 경우 전국조직이 취약한 러시아선택당은 자체 대통령후보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선택당의 결별선언으로 앞으로의 과제는 현재 사분오열 상태에 있는 범개혁세력들이 과연 연대와 제휴를 모색할 수 있느냐이며 범개혁세력이 대통령후보를 독자적으로 옹립할 수 있느냐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어쨌든 옐친은 친위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선택당의 결별로 정치적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으며 앞으로 측근세력을 통한 「궁정정치」를 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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