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며칠 빨리 이달말께 제주도에선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소식이다. 봄을 알리는 화신이 반갑다. 이상난동이니 냉해니 해서 계절감각이 자꾸 무디어 가지만 어김없는 봄소식은 계절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과거엔 봄을 결혼시즌이라고 했으나, 요즘 혼례엔 계절이 따로 없다. 엄동과 삼복에도 혼례를 올리는 일이 예사롭게 되었다. 그래도 어쩐지 봄의 혼사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 축복을 위해 모여드는 하객들의 차림새와 발걸음도 가볍다. 계절이 없는 결혼식은 이제 정형화되었다. 축하객들의 축의금 봉투에 쓰는 말도 그렇다. 「축 결혼」아니면 「축 화혼」이 대부분이다.◆무심히 무신경하게 쓰이는 이런 관용어에 대해서 한글학회의 「한글새소식」이란 잡지가 반론과 개선을 제안하는 글을 실었다. 축이란 한자는 본디 빕니다는 뜻이다. 제사를 지낼때 읽는 글을 축문이라고 한다. 이런 말이 축하한다는 의미로 바뀐 것은 아무래도 일제의 영향탓인 것 같다. 그러니 축 결혼이 아니고 「결혼축하」가 옳다는 주장이다. 축 결혼은 결혼하기를 빈다는 뜻이니 결혼하는 사람에게 결혼하기를 빈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축수연도 어색하다. 오래 사시기를 바란다는 지극한 마음의 표시 같은 데 제대로 맞지가 않는다. 사전엔 축수란 말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오래 살기를 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인잔치엔 이 말이 어울린다. 맞는 말을 두고 어렵게 다른 말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말은 우리 말답게 써야 한다. 경조사 가운데 근조나 부의 같은 표현도 마땅치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말 순화를 위해서 한번쯤 짚고 넘어갈 일이 아닐까. 막연히 우리말이 어렵다고 투정을 부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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