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6백억 긴급지원 효과 미미/무담보대출 제2금융 더 타격/40여계열사 처리 아직 안개속 덕산그룹 부도발생 15일째를 맞고 있으나 이로 인한 지역경제와 금융계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광주·전남 및 충북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모두 1천6백억원의 긴급자금을 공급키로 했지만 지원효과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덕산그룹 부도로 인한 경제적 파장과 사태수습 전망, 풀리지 않은 의문점등 을 정리해본다.
덕산그룹은 지난달 27일 한일은행 신사동 지점에 돌아온 1백8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그후 지난 10일 현재 부도규모는 덕산그룹계열 11개사 1천4백70억원, 고려시멘트계열 3개사 9백88억원등 모두 2천4백58억원에 이른다. 앞으로도 부도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덕산의 부도는 금융계와 지역경제에 큰 주름살을 남겼다. 현재까지 덕산과 고려시멘트계열사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규모(지급보증 포함)는 ▲은행 3천4백53억원 ▲투자금융 1천9백46억원 ▲종합금융 약 1천억원 ▲증권 1천4백10억원 ▲보험 7백37억원등 모두 8천5백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것도 정확한 금액은 아니다.
은행들은 그래도 상당규모의 담보를 잡고 있어 피해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투자금융등 제2금융권은 무담보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어서 적지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적게는 30억∼40억원에서 많게는 2백억∼3백억원씩의 부실채권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덕산 부도 직후 광주지역의 부도율은 평소보다 10배이상 높아졌다. 덕산이 부도를 낸 지난달 27일이전에 평균 0.3∼0.5%선이던 부도율이 지난달 28일에는 1.48%로, 지난 4일에는 3.94%로 급등했다. 이같은 연쇄부도로 인해 생산차질은 물론 수천명에 달하는 실직과 임금체불등 심각한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
덕산그룹계열 건설업체가 시공중인 광주 주월동 무등 2차아파트등 8개지역 아파트 입주예정자 처리문제도 민감한 현안이다. 모두 2천6백52가구중 현재까지 분양절차를 마친 가구는 2천63가구(77.8%)로 이들은 총분양액중 55%인 7백59억여원을 납입한 상태다.
덕산그룹의 31개 계열사와 고려시멘트의 14개 계열사에 대한 처리는 크게 ▲법정관리 ▲제3자 인수 ▲해체(청산)등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진척은 없다. 고려시멘트와 한국고로시멘트는 이미 법정관리신청을 했고, 충북투금은 정부가 제3자에게 인수시키기로 했으며, 무등건설 덕산종합건영 덕산개발 등도 제3자 인수가 확실시된다. 홍성산업도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0여개 계열사 가운데 기업내용이 비교적 괜찮은 8∼9개 업체가제3자인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부채규모와 기업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처리방향은 불투명하다.<김상철 기자>김상철>
◎안풀리는 의문/대출과정·융자금행방 뒷말만 무성
덕산그룹의 부도와 관련, 적지 않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의문은 덕산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끌어온 8천여억원의 자금을 어디에 썼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규모나 사업내용에 비해 대출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기업인수 과정의 웃돈 거래설, 사채자금 상환설, 자금도피설등 구구한 추측이 나돌고 있으나 어느 것도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가를 밝혀내는 일은 이제 검찰의 수사에 달렸다.
두번째 의문은 금융기관들이 그처럼 부실한 업체에 왜 그 많은 돈을 쉽게 빌려주었나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고려시멘트라는 우량기업이 지급보증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수긍할 만한 이유가 된다. 또 덕산그룹 박성섭(박성섭)회장의 어머니인 정애리시(정애리시)씨의 자금력에 대한 믿음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씨가 이 지역에서 워낙 큰손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금융기관 대출관행에 비추어 커미션 수수나 어떤 압력에 의해 대출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의문은 부도가 고의적이냐, 아니냐 하는 점으로 건실한 계열사는 보호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해놓고 부도를 냈다는 추정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