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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훈련/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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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훈련/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5.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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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의 생명은 훈련이다. 군대의 본질은 사실 훈련에 있는 것이고 전쟁은 어쩌다가 있거나 극히 잘못돼 일어나는 곁다리 정도의 임무에 불과한 것이다. 훌륭한 군대는 죽도록 훈련을 하고 있다가 전쟁이 나면 훈련받은 그대로 탄환만 발사해 이기는 군대가 되고 반대로 썩은 군대는 전쟁이 날 것인가 안 날 것인가를 영리하게 계산하면서 훈련을 알맞게 하는척 하다가 전쟁이 어느새 도둑처럼 들이닥치면 참패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군에서 전투기관제사일을 맡아 한 일이 있다. 자하 레이더에 가상적기가 잡히면 즉시 아군기를 비상 출동시켜 레이더로 아군기가 가상적기를 쫓게 한다. 가상적기의 위치 진행방향을 아군조종사에게 통보하고 좋은 공격위치를 확보하게 할수 있는 고도 속도 무기종류를 선택해 주면서 레이더로 공격기를 가상적기쪽으로 유도한다. 공격기를 가상적기에 일정거리로 근접시켜주면 조종사는 비행기 자체에 장착된 레이더로 공격표적을  잡아 자동발사장치인 록온(LOCK ON)의 단추를 누른다. 록온이 되면 전투기는 자동적으로 속도를 붙여 가상적기에 접근한 후 로켓이나 미사일로 적기를 파괴시키고 현장에서 이탈한다. 물론 로켓이나 미사일을 직접 쏘는 것은 아니고 레이더에 장착된 컴퓨터로 가상 발사만 한다.

 이렇게 해 성공적 발사가 되면 임무완료(MISSION ACCOMPLISHED)를 선언받지만 임무실패면 착륙후 경위를 밝혀야 한다. 관제사가 잘못했는지 조종사가 잘못했는지도 밝혀진다. 이런 훈련 비행 한번 하는데 전투기 1대에 많게는 약 50드럼의 휘발유가 든다고 했다. 1개편대 4대가 뜨면 단번에 휘발유 2백드럼이 날아간다는 계산이다. 그때는 철없는 마음에 훈련 며칠만 쉬면  공군이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북한영공에는 연습기의 출현이 많지 않았다. 북한조종사들은 기름이 부족해 매일 연습을 할 수가 없고 대신 한사람이 올라가 훈련을 하고 내려오면 전 조종사를 브리핑실에 모아 놓고 비행기에 오를 때의 기분으로부터 시작해 내려올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의 모든 것을 얘기한다는 것이었다. 대리경험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이다.

 1백50만명으로 구성된  전투부대를 갖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현재의 경제사정으로 비춰볼 때 비행기나 전차를 실제 동원해 가면서 전투훈련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북한이 최근 동계군사훈련을 강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짐 콜스미8군대변인은 지난 겨울의 북한 군사훈련수준은 부분적으로 볼 때 어떤 것은 예년에 비해 강화된 것이 있고  어떤 것은 평년수준이며 더러는 평년보다 낮은 것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수년간에 걸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공군과 육군의 훈련이 「활발」했고 해군은 「현상유지」수준이었다고 했다. 경수로 지원조건으로 보낸 경유가 이번 훈련에 사용됐는지 안 됐는지는 모르나 엄청난  기름과 돈이 들어갔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북한은 하루에 두끼먹기 운동을 한다고 한다. 한꺼번에 엄청난  달러가 드는 이런 군사훈련을 감축하게  할 수는 없는가. 휴전선 이남의 군사대비를 강화해 『이런 정도의 훈련규모로는 어림도 없다』는 결론을 스스로 얻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미군만 떠나면 승산이 있다』라든지 『수틀리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는 한 이런 군사훈련을 줄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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